가정용 전기료 인하에 산업용 전기료 오르나
산업부 “산업용 전기료 인상, 계획하고 있지 않다”
여름철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을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한국전력공사 이사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적자 기업’ 한전의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가 한전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전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전기요금 주택용 누진제 기본공급약관 개정안’을 논의해 통과시켰다.
한전 이사회가 통과시킨 것은 현재 누진 체계를 유지하면서 여름철에만 구간을 늘리는 ‘누진 구간 확장’안이다.
지난 6월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전문가 토론회’에서 공개된 세 개 안 중 첫 번째다.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여름철 전기 1㎾h당 가격이 100원(1단계)에서 200원(2단계)으로 오르는 기준이 기존 201㎾h에서 301㎾h로 늘어난다.
200원(2단계)에서 300원(3단계)으로 오르는 지점은 401㎾h에서 451㎾h로 바뀐다.
이런 요금표가 도입되면 1629만가구가 1만142원씩 전기료 부담을 던다. 할인 추정액은 총 2847억원이다.
이 부담은 우선 한전이 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소요 재원 일부를 재정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를 처음 시행했던 2018년에도 당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한전이 먼저 비용을 부담하고 나중에 법안(재난안전법)이 통과되면 일부를 돌려주겠다”고 했으나 이는 무위로 돌아갔다. 할인액(2761억원)은 한전 몫이었다.
문제는 한전이 올해 1분기에만 6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전년 동기(1276억원) 대비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쉽게 말해 전기를 공급하는 데 드는 원가가 상승했다는 얘기다.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완화에 따른 할인액 부담까지 한전이 지게 되면서 재무 구조는 더 나빠질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전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이 늘수록 한전의 전력 구입비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이라 ‘정책비용’ 보전 차원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에 손을 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에 손을 댈 경우 ‘기업 경쟁력 훼손’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있다.
전력 소비량이 많은 철강, 반도체, 정유업계 등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 산업용 전기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슷하다는 점도 인상에는 걸림돌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현재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