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희 '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

2012-04-26     이예슬 기자

 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 (방현희 지음·민음인 펴냄)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나에게 춤이란 슬픈 거예요. 내가 갖고 싶은 것, 아주 소중한 것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춤으로 그것을 대신해요. 나는 아기를 가질 수 없어요.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이 아기를 안고 젖을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시간에 나는 나와서 춤을 춰요. 아기를 안고 아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빙글빙글 춤을 추는 상상을 하면서요."

사람들은 왜 춤을 추는가. 춤이 모든 슬픔과 고통을 날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고통, 슬픔, 기쁨, 환희와 삶의 우여곡절을 훈련을 통해 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말로 표현할 필요 없이 몸의 움직임만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이 춤에 열정을 바치는 이유가 아닐까?

'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는 소설가 방현희(48)씨가 만난 '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장편 소설을 쓰다가 생긴 좌골 신경통 때문에 병원을 찾다가 골반 각을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이 좋다는 의사의 권유로 댄스 스포츠에 입문하게 됐다.

룸바, 탱고, 왈츠, 차차차, 자이브, 삼바, 파소 도블레, 폭스 트롯 등의 스포츠 댄스를 배웠고 그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과 춤에 매료됐다. 책은 춤에 몰입하는 동안 일상의 고통에서 해방되고 위안을 얻는 각계각층 사람들의 이야기다.

댄스 스포츠의 주요 종목으로 장이 나뉘어 있는 책은 해당 종목을 배우는 사람의 이야기와 저자의 에피소드, 그 춤이 연상시킨 이야기를 펼친다. 아기가 없는 외로움을 춤으로 달래는 여인, 자식을 다 키우고 일상이 무료해진 주부, 자식을 잃은 극한의 고통을 경험한 어머니, 춤을 추며 여생을 함께하는 80대 부부….

댄스 스포츠 종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춤의 역사와 동작 설명을 덧붙였다. 사진으로 현장의 생생함을 더하기도 한다.

"나는 룸바를 추면서 내 모든 슬픔을 춤에 싣는다. 푹 젖어들어 춤 한 곡을 느릿느릿 추다 보면 땀에 흠뻑 젖고 눈물은 누관을 타고 식도 저 뒤쪽으로 흘러내린다. 나는 마치 석양 아래서 실컷 통곡을 하고 난 뒤처럼 개운해진다. 그러면 일주일분의 슬픔은 해결된다. 나는 이제 웃고 싶어진다. 그래서 춤이 끝나고 나면 제일 먼저 활짝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