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추경 계류기간 길어짐에 집행실기 우려
멈춘 국회에 예결위 구성 지연, 심사 이후도 ‘가시밭길’
지난 4월 말 국회에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오랜 기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됐다.
1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하며 경기 하강 흐름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안의 국회 표류가 장기화하면서 집행 실기 우려가 더해지는 상황이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이날로 46일째에 접어들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추경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는 모두 45일이라는 시간이 걸렸었다.
첫해 추경안은 6월 7일에 제출돼 7월 22일에 통과됐고, 둘째 해엔 4월 5일에 제출돼 5월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바 있다.
5월 임시국회가 성과 없이 끝난 데다 지난 2일 국회 정상화 문제를 논의한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6월 국회마저도 소집 여부가 불확실하다.
국회법에선 짝수 달(2·4·6월)에 자동으로 임시국회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를 소집하는 방안도 최후의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수석 보좌관·비서관 회의 발언 등을 통해 추경 심사를 강력히 촉구해왔던 문재인 대통령은 북유럽 순방을 떠나기 전 여야 지도부와 만나 대치 정국을 해소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못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단독 회담 및 나머지 당 대표와의 합동 회담을 두고 제안에 역제안이 오간 가운데 결국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강행한 것에 대한 사과와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며 장외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일부터 국회가 열릴 것을 전제하고 6월 중순께 추경의 국회 통과를 예상했지만, 여야가 합의에 실패하면서 이마저도 요원하게 됐다.
심사가 시작되더라도 한국당이 재해 추경과 비(非)재해 추경을 분리할 것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어 또다시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불·지진과 미세먼지 대응 등을 위한 2조2000억원 규모의 재해 관련을 제외한 나머지는 ‘총선용’이라는 것이 한국당의 입장이다.
바른미래당도 이번 추경을 ‘졸속 추경’으로 규정하며 국채 발행분인 3조6000억원을 전액 삭감하고 재난 대응 등에 대해선 예비비를 사용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추경은 본예산 편성 후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해 추가로 편성하는 예산을 말한다.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 총 17번 편성돼 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매년 편성됐다.
이번 추경은 국민 안전을 확보하고 경기 하방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6조7000억원 규모로 짜였다.
경기 대응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의도했던 효과를 거두려면 적시 집행이 필수적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번 추경안에 포함된 사업들을 보면 실질적으로 급한 것이 없다. 산불, 지진 등 안전 대응 부분은 예비비를 투입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달 안에 추경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사실상 심사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7~8월로 넘어가면 본예산 심사와 맞물리면서 자연스레 무산되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예결위 위원도 다시 구성해야 하는데 본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으니 진행 과정이 쉽지 않다”고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