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떠러지 몰린 與23인 "소박한 꿈이 요원"
지난해 예산안 날치기 처리 후 자신의 금배지를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한나라당 의원 23명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 처리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다.
한나라당 개혁성향의 의원 23명은 '국회 바로세우기를 다짐하는 의원모임'을 만들어 지난해 12월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고, 이를 지키지 못할 때에는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 앞에 약속드린다"고 선언했다.
당시 서명에 참여한 의원은 황우여·남경필·이한구·권영세·정병국·신상진·임해규·진영·구상찬·권영진·김선동·김성식·김성태·김세연·김장수·배영식·성윤환·윤석용·정태근·주광덕·현기환·홍정욱·황영철 의원 등이다. 이들은 당시 비주류였지만 현재는 대부분 당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야당과 맞서 원내사령탑으로서 한미FTA처리 문제를 진두지휘해야 할 황우여 원내대표와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비롯해 김장수 최고위원, 황영철 원내대변인, 김성식 정책위부의장, 김세연 국민공감위원장, 외통위 소속인 구상찬, 권영세, 홍정욱 의원이 모두 FTA비준을 강행처리할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다 .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이 외통위를 점거한 상황임에도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처리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며 수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청와대와 당내, 보수 시민사회단체에서 끊임없이 "기다릴만큼 기다리지 않았느냐", "폭력 강행처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을 야당이 이용하고 있다"는 여론이 나오면서 이들도 낭떠러지에 몰리고 있다.
김장수 최고위원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는 국회 선진화를 위해 물리적 폭력행위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서명한 20여명 중 한 명"이라며 "소박한 꿈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소외 계층과 피해산업 제도에 대해 제도적·법적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 물리적으로 회의장을 점거하는 것은 안 된다"며 "국익을 위해 물리력 행사도 불사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