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4캔 만원’ 가능할까
주세 개편으로 국산-수입산 역차별 해소
주류 과세 체계가 50년만에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뀐다.
그러나 모든 주류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맥주와 탁주에만 적용되고 증류주인 소주와 위스키는 대상에서 빠졌다.
그동안 종량제에 따른 국산맥주의 역차별에 불만을 제기했던 맥주업계는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소주의 경우 기존 종가세가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자 소주업계는 맥주업계보다도 더 화색이 짙은 분위기다.
맥주와 탁주만 종량세로 전환하고 소주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조세 형평성과 소비자 가격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주류 과세체계 개편 방안’에 따르면 맥주와 탁주는 출고가에 따라 세금을 내는 종가세에서 양을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로 전환된다.
기존 국산 맥주는 평균 리터(ℓ)당 856원, 수입맥주는 약 764원으로 주세 형평성에 어긋나면서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종량제 도입으로 국산 수입산 할 것 없이 ℓ당 830원으로 일괄 적용된다.
소주의 경우 기존 체계를 유지하기로 한 데는 도수에 비해 가격이 싼 소주의 경우 종량세를 도입할 경우 세금이 올라가 업계와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됐다.
기재부 발표 이전에 진행된 조세연구원이 진행한 공청회에서도 소주업계는 이런 점을 적극 강조하며 종량제 유예도 반대했다.
결국 정부도 ‘서민증세’ 우려와 시장 혼란을 고려해 종량제 전환 카드는 접었다.
다만 향후 조세 개편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러나 업계는 맥주와 막걸리 외 다른 주종은 종량세 전환이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세 체계 변화에 따라 가격 변동도 관심이다.
종량세로 전환되는 맥주는 일부 가격 조정도 예상된다. 그러나 업계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제 전환으로 캔 맥주는 도매가격이 300~400원 가량 하락 요인이 발생한다. 생맥주는 300원 이상 상승할 수 있다.
주세 개편안에 따라 현행 캔맥주 1ℓ에 부과되는 주세는 830원이 된다. 여기에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한 총 세부담은 현행 1758원에서 23.6% 줄어든 1342원이 된다. ℓ당 415원 가량의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기는 셈이다.
이에 반해 생맥주는 세금이 현재 ℓ당 815원에서 1260원으로 소폭 오른다.
이를 고려해 기재부는 생맥주에 한해 2년간 한시적으로 주세 20%를 감세한다는 방침이지만, 그래도 생맥주는 500㎖ 한잔 당 가격은 현재보다 100원 정도 오르게 된다.
그러나 당장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종량제로 전환을 요구했던 국내 맥주업계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 산업발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이번 종량세 도입으로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다는 취지에 동감한다”면서 “앞으로 국산맥주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당초 주세 개편을 통해 국산맥주의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에 부합하겠지만 가격이 인하된다고 해서 국내 매출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개편으로 세 부담이 크게 줄게 된 수제맥주업계는 들뜬 분위기다.
소주업계는 이번 과세체제 전환에 대해 “소주가 대상에서 빠진건 당연한 귀결”이라면서도 내심 반기는 눈치다.
당초 이번에 같은 증류주이자 고도주인 위스키와 함께 과세체계변경 대상이 됐을 경우 위스키 세금이 크게 낮아져 소주시장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점쳐졌다.
또한 종량제 적용에 따른 가격 인상이 소비자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전전긍긍해왔다.
한 위스키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대상이 안돼서 안도하고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소주와 묶여 있어 오히려 조금 세금이 내려가기를 기대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