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노숙인 디딤돌축구단 창단 , 창단 1주년 맞아
드래곤연예인축구단과 친선경기
구로구 디딤돌 축구단이 창단 1년을 맞아 24일 드래곤연예인축구단(이전 독수리연예인축구단)과 친선경기를 갖는다.
노숙인들로 구성된 구로 디딤돌축구단은 지난해 4월 26일 전국 자치구 최초로 창단됐다. ‘노숙인들이 축구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조직유대감을 강화하며, 자활의지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 구로구의 디딤돌축구단 창단 의도였다.
1년간 디딤돌축구단은 매주 토요일 고척동 계남근린공원 인조잔디구장에서 2시간씩 연습과 친선경기를 펼쳤다. 처음에는 모이기도 힘들었고 술에 절어 몸이 말을 듣지도 않았다. 하지만 구로구는 비나 눈 등 특별한 이유가 없을 경우 어김없이 디딤돌축구단을 소집했다.
그리고 1년, 그 효과와 변화는 눈부시다. 취업을 했고, 헤어졌던 가족을 만났고, 숙소를 마련하고, 건강을 회복했으며,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았다. 이들이 노숙을 포기하면서 구로구에는 노숙인들이 거의 사라지는 효과도 생겼다.
디딤돌축구단의 가장 큰 성과는 자활이다. 축구의 해트트릭만큼이나 희열이 있는 성과다. 구로구의 관계자는 “술 없이는 못살던 노숙인들이 매주 토요일 연습을 하면서 금요일만이라도 금주하자며 절주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금주의 날이 늘어났다”면서 “술을 줄이자 생활도 정상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술을 줄인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회원들은 구청 디딤돌축구단 담당자들의 건의를 받아 들여 일자리를 구했다. 지난해에는 8명이 공공일자리 근로자로 참여했고, 올해도 3명이 공공근로를 하고 있다. 한 명은 마을버스 운전자로 취업해 디딤돌축구단을 떠났고 40대 초반의 한 회원은 구로구 일자리플러스센터를 통해 정규직 일자리를 알아보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후배’ 노숙인들의 자활을 도와주고 싶다며 회원으로 가입했던 ‘선배’ 노숙인 택시운전사도 여전히 열심히 택시를 몰고 있다.
디딤돌축구단 담당자는 “올해 가장 큰 목표가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에 회원들을 취직시키는 것이다”면서 “구청과 본인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 곧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취업이 해트트릭이라면 가족상봉은 결승골. 노숙생활을 정리하면서 가족을 다시 만난 회원들이 생겼다. 노숙인 전세주택인 오류동 자활의 집에서 혼자 생활하던 김모씨(53)는 작년 12월 수년간 헤어져 살던 딸을 데려왔다. 아내와 일찍 헤어졌던 김씨는 아이를 키울 수가 없어 아는 어린이집에 장기간 맡겨 두고 있었다.
또 다른 김모씨(50)도 가족을 찾았다. 한때 사업가였던 김씨는 사업실패로 노숙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헤어졌다. 디딤돌축구단 멤버로 활동하면서 공공근로 사업에 참여했고 이후 가족들을 다시 찾아 현재는 잦은 왕래를 하고 있다. 김씨는 조만간 형제들이 있는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을 계획이다.
이성 구청장은 “노숙인들이 모두 정상적인 삶을 회복해 디딤돌축구단이 해체되면 정말 좋은 일이다”면서 “빨리 그렇게 되도록 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