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한 '국회선진화법', 與 내부 반발로 다시 위기
여야가 '폭력국회'를 방지하기 위해 제18대 국회가 끝나기 전 처리하기로 합의한 '국회선진화법'이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의 반발로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정한 신속처리제도(패스트트랙) 지정 기준 및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중단 요건 등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 전원으로부터 이견 없이 수용됐다는 통보를 받은 법안"이라며 번복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될 수 있을지 다시 주목되는 상황이다.
◇여야 합의안, 여당 일부서 문제 제기
정의화 국회의장대행은 20일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는 우리 정치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심각한 결함이 존재한다"며 "국회가 식물국회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안 신속처리 지정을 현행 5분의 3에서 과반수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합의로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에 포함돼있는 법안 신속처리 지정 요건의 경우 국회 의석 수가 60%에 이르기는 어려운 현 국회 상황을 볼 때 실질적인 효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회 내에서 몸싸움 등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17일 운영위에서 처리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일정 기일을 넘기면 본회의로 자동 상정되도록 하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또 소수 정당의 발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필리버스터 제도도 의원 일정 수의 요구가 있을 때 적용되도록 보장했다.
다만 이 같은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과 필리버스터 중단 요건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180석 이상)으로 정한 점 때문에, 웬만한 의원 동의를 얻지 못하면 쉽게 충족시킬 수 없도록 돼있어 이번 선거에서 과반을 확보한 여당 내부의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 의장대행은 "이러한 결함과 문제점을 수정하거나 보완하지 않고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19대 국회는 역사상 가장 무기력하게 될 것"이라며 "'폭력국회'의 오명도 벗어나기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도 가세하고 나섰다.
정 전 대표는 "국회폭력을 방지하자는 국회법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방안으로 필리버스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국회 무기력과 마비 상태를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폭력을 방지하는 데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법안 처리의 현실성은 간과하고 있다"며 "합법적으로 법안을 처리하지 않기 위한 국회법 개정, 국회가 할 일을 하지 않더라도 면피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 "말 뒤집기, 있을 수 없어"…처리 무산 가능성도
이에 법안 처리에 합의했던 민주당에서는 해당 기준을 '재적의원의 과반수'로 바꾸는 것은 절대 안된다면서 발끈하고 나선 상황이다.
만약 새누리당이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을 경우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이번 법안 처리가 무산될 수 있다.
민주당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이날 정 의장대행의 주장과 관련, "이번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이라며 "더 이상 딴죽을 거는 발언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여당이 총선 공약으로 국민들에게 약속한 내용인데다 여야 합의까지 거친 내용을 다시 뒤집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정 의장대행이 우려된다고 주장한 내용들도 이미 여야 협의 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고려됐던 사항이고, 이에 대해 여당에서도 문제 제기가 없었던 내용을 뒤늦게 들고 나섰다는 비판이다.
법안에 포함된 '5분의 3 이상' 규정도 미국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고, 당초 '3분의 2 이상'으로 하려던 것을 다소 완화한 규정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또 여당 일각에서 제기한 주장 역시 여당 원내지도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고, 원내지도부가 별다른 의견이 없었던 만큼 여야 합의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법안은 지난 2년간 많은 여야 의원들이 외국의 사례와 국내의 정치 상황들을 고려해 도출한 합의안"이라며 "총선 결과가 새누리당 1당, 과반수 1당이 됐다고 해서 이제 와 이를 뒤집는 것은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 원내수석부대표는 "합의안을 새누리당 의원 전원에게 통보했고, 이견이 있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것이 거의 6개월 전"이라며 "새누리당 전원으로부터 이견 없이 수용됐다는 통보를 받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의원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날치기가 불가능하면 식물국회라는 말인가.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되고 나니 날치기 국회, 파행국회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냐"며 "다수당이 됐다고 입장을 뒤집는 새누리당을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국회의장 권한대행 등 몇몇 사람을 앞세워 여론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입장은 무엇인지 밝히라"면서 "새누리당은 19대 국회마저 날치기 국회, 파행국회로 만들고 싶은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