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銀 국내지점, 美·유럽계 울고 中·日 웃었다

2012-04-20     이국현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희비가 엇갈렸다. 유럽과 미국계 외은지점은 자산 규모는 물론 순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일본과 중국계 외은지점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은지점의 총자산 규모는 193조2000억원으로 정점이었던 2008년 말보다 35.9%(108조2000억원)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유럽과 미국계 외은지점의 자산규모가 최근 3년간(2009~2011년) 각각 100조4000억원(48.2%), 19조3000억원(42.9%)이 감소했다. 반면 일본계와 중국계는 각각 7조2000억원(26.9%), 5조6000억원(91.8%) 증가했다.

자산운용 행태의 변화와 더불어 수익구조도 차별화됐다.

투자은행업을 위주로 하는 유럽과 미국계 외은지점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각각 4471억원, 1563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계 외은지점의 당기순이익은 5110억원(각각 3818억원, 1292억원)으로 2008년보다 308%가 늘었다.

한은은 "금융위기 이전에 금리 재정거래를 많이 했던 유럽 및 미국계 외은지점의 경우 국내 선물환포지션 한도 도입과 유럽 국가채무위기 등의 영향으로 금리재정거래가 줄면서 단기 차입 및 관련된 유가증권 투자 규모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기업대출 위주로 자산을 운용했던 일본과 중국계 외은지점은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양호한 기초경제여건을 바탕으로 유가증권 투자를 확대하면서 자산은 물론 이자부문의 이익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물환포지션 한도 도입 등으로 유럽 및 미국계 외은지점의 단기차입금을 활용한 파생상품 연계 금리재정거래가 위축되면서 단기자금이 장기자금으로 유도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은은 "선물환포지션 한도 도입으로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유럽과 미국계 외은지점의 경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은행 본점에서 원화유가증권에 직접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규제회피 목적의 자금 유입이 확대될 경우 단기성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 움직임에 대한 정책당국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어려워지면서 외환건전성 정책을 수행하는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