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넘지 않은 김정은, 수위 높이는 군사행보 ‘노림수’
‘안보 통한 결집’ 대내 메시지도 강하게 내포
지난 4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훈련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저강도 대외 메시지와 함께 대내적으로 안보를 통한 결집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 같은 군사 행보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6일 “이번 발사는 과거처럼 도발로 보이지 않는다”며 “대외 압박의 성격이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성격,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도로 수위를 조절한 것 같다”며 김상균 국정원 제2차장의 보고 내용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과거에는 괌 타격 계획까지 발표하고 선제타격까지 언급했을 정도로 표현이 과격한 보도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너희들도 실험하고 훈련하지 않느냐’는 논조였다”며 “그래서 과거와 다르다”고 국정원의 평가를 전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도 이번 발사체를 심각한 수준의 도발로는 간주하지 않고 대화 기조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중국도 북미 간 대화 기조를 강조했다.
북한의 보도 역시 대외 메시지보다는 대내적인 훈련에 더 강조점을 둔 것으로 읽힌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일 보도에서 김 위원장이 “전연(전방) 및 동부전선 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면서 “경상적인(일정한) 전투동원준비를 빈틈없이 갖추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훈련’이라는 점과 ‘전투동원준비’에 목적이 있다는 부분을 강조한 것이다.
또 통신은 김 위원장이 “그 어떤 세력들의 위협과 침략으로부터도 나라의 정치적 자주권과 경제적 자립을 고수하고 혁명의 전취물과 인민의 안전을 보위할수 있게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면서 전투력 강화를 위한 투쟁을 더욱 줄기차게 벌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하면서, 자위권적 측면을 부각시켰다.
중앙통신 영문판에서는 보도 가운데 ‘그 어떤 세력이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 우리의 생존권을 해치려든다면 추호의 용납도 없이 즉시적인 반격을 가한다’는 표현을 삭제하기도 했다.
과거 한미 연합훈련이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반발 측면에서 발신했던 메시지를 담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 중앙통신은 같은 날 김 위원장이 함경남도 금야군에 있는 금야강 2호 발전소를 시찰했다고 밝히면서, 대내적으로 안보 분야와 함께 자력갱생과 경제 과제까지 강조하고 나서기도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 교수는 “(김 위원장이) 안보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대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군사훈련 역시 대외적인 메시지만큼이나 대내적인 메시지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같은 분석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두드러진 군사 행보를 보이지 않는 부분이 고려됐다.
김 위원장은 이번 타격훈련으로 절제된 대외적인 메시지를 주면서, 동시에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다소 후방으로 밀려 있었던 군부의 불만을 환기시키는 목적도 달성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