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비난 강도 높이는 北 ‘쌍중단’ 본격 의제화되나

2019-04-28     이교엽 기자
▲ 영접 나온 당 간부들과 악수하는 김정은 위원장. <뉴시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측은) 미국과 함께 허울만 바꿔 쓰고 이미 중단하게 된 합동군사연습까지 다시 강행하면서”라고 비난하며 “미국의 오만과 적대시정책을 근원적으로 청산하지 않고서는 북남관계에서의 진전이나 평화번영의 그 어떤 결실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들의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선전매체 중심의 대남 비난 논평에 관영매체뿐만 아니라 대남기구까지 가세하며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전략적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월 2일 자정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데 있어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 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분야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보고 부분적인 제재 해제를 (영변 핵시설 폐기의) 상응조치로 제시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전략적 차원에서 군사분야 협의를 후순위에 뒀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민생 분야 관련 대북제재 완화를 목표로 했던 이러한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고, 북한은 새로운 비핵화 협상 전략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에 다다랐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이는 것이 일종의 명분 쌓기 차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쌍중단’ 카드가 협상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 무력 실험 중단과 한미 양국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모두 중단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와 함께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 방식까지 요구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4차 방중에서 비핵화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확인했으며, 지난 25일 첫 북러 정상회담에서도 ‘연구와 공조’를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쌍중단 카드가 북미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는 정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