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량진 수산시장 갈등 격화에 ‘답답’
극한대치 탓에 중재 노력 물거품돼
서울 동작구 옛 노량진 수산시장을 폐쇄하기 위한 강제집행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중재에 나선 서울시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2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노량진 수산시장 강제집행 현장에서는 옛 시장 상인 측 500여명이 법원 집행관, 수협 측 용역업체 직원 등 300여명과 대치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등 옛 시장 관계자들은 차량과 지게차 등을 동원해 시장 입구를 틀어막고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경찰은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진보진영에서도 서울시와 박 시장의 책임을 추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판대로 서울시가 노량진 수산시장 개설자로서 관리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시는 노량진 수산시장에 대해 도매법인 지정, 중도매업 허가, 행정처분 등 개설자 관리 권한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시설현대화사업에서도 서울시가 상당부분 역할을 했다.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인 2009년 7월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주체인 수산업협동조합(수협), 그리고 상인들과 함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일부 상인이 이전을 완강히 거부하자 서울시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다자간협의체와 공청회 등을 열어 이견을 좁히려 했지만 끝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 와중에 2015년 말 옛 시장 바로 옆에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 새 시장 건물이 완공됐지만 이전을 거부하는 상인 200여명은 임대료가 높고 점포 면적이 좁다는 이유로 이전을 거부해왔다.
사태는 법정공방으로 비화됐다. 운영주체인 수협은 옛 시장 상인 200여명이 시장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다며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최종적으로 수협 손을 들어줬다.
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은 2017년 4월을 시작으로 지난해 7월과 9월, 10월에 잇따라 시도됐다. 25일은 5번째 강제집행이었다. 수협은 옛 시장 전역에 단전·단수조치까지 내리고 차량 통행로를 폐쇄하며 이전 거부 상인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극한 대치 상황이 지속되자 서울시에서는 답답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시 도시농업과 도매시장관리팀과 갈등조정담당관이 나름대로 중재노력을 했지만 수협과 이전 거부 상인들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좀처럼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양측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대안을 찾지 않는 한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전 거부 상인을 위해 새 시장이 아닌 제 3의 장소를 마련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가락시장 사례를 노량진 수산시장에 적용해보라는 조언도 있지만 서울시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도매권역 현대화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이전 거부 상인과의 갈등을 2017년에 풀어낸 경험이 있다.
하지만 노량진 수산시장은 성격이 다르다. 가락시장의 경우 서울시가 운영주체로서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지만 노량진 수산시장의 운영주체이자 협상주체는 수협과 해양수산부다.
박원순 시장으로서도 현 시점에서는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박 시장으로선 수협의 소극적인 협상 태도가 불만스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전 거부 상인들의 요구만을 반영해 초법적인 조치를 촉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