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 선거 현수막만 덩그러니…
제19대 국회의원 총 선거가 막을 내렸지만 선거 현수막 등 선거 홍보물이 제때 철거되지 않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또 선거기간 동안 서울 도심 곳곳에 설치된 후보자용 현수막과 선거관리위원회 홍보용 현수막 등은 선거가 끝나면 대부분 철거된 뒤 소각처리 돼 도심 속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선거 현수막은 후보자가 각 동마다 1개씩만 설치하고, 각 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후보자에게 교부된 10㎡ 짜리 선거 현수막 표지는 1만4100여개에 달한다. 현수막 1개의 무게가 약 1.5㎏ 정도 나가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선거 후 버려지는 현수막 무려 25t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행 선거법에는 신호기나 안전표시가 가려지거나 도로를 가로질러 게시할 수는 없다는 게시 관련 규정만 있을 뿐 홍보물의 철거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다만 '후보자측이 선거가 끝난 뒤 지체 없이 이를 철거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알고 있는 후보자들이 많지 않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현수막 제작 업체에 설치부터 철거까지 맡기는 계약을 체결해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현수막을 거둬 가고 있다.
하지만 설치된 현수막이 워낙 많고, 영세한 업체의 경우 자신들이 설치한 현수막을 철거하는데 시일이 많이 걸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때 철거하지 못한 선거 현수막은 지자체에서 직접 나서서 철거하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의 현수막 제작업체 관계자는 "당선자의 경우 '당선 사례' 현수막으로 교체하면서 선거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면서 "낙선자의 경우 선거 사무소나 현수막 제작업체에서도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어 현수막 철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철거된 현수막을 처리하는데 있다. 철거 이후 재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수거된 선거 현수막 대부분은 매립되거나 소각장으로 직행한다. 선거 현수막은 소각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환경오염을 시키는 것은 물론 이를 처리하는 비용도 현수막 제작비용보다 두배 가량 더 들어 처리비용도 적잖은 부담이다.
특히 폐 현수막이 재활용 과정을 통해 장바구니나 화분 등으로 새로 태어나 제품이 되더라도 '상품성'이 떨어져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구청 차원에서 폐 현수막들을 모아서 시민단체에 기증해 장바구니 등으을 만들어 판매했는데 판매가 너무 안 되고 제작비용이 더 많이 들어 현재는 대부분 소각하고 있다"며 "버려진 현수막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수막 재활용 제품업체 관계자는 "보통 선거가 끝나고 구청이나 광고대행사에서 일정한 양이 모아지면 직접 가져오지만 현재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창고에 한 가득 쌓여있다"며 "제품을 만들어 온·오프라인 으로 판매를 해도 한 달에 기껏해야 10여개 안팎의 제품만 팔릴 정도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하나의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현수막이 그냥 소각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정부차원에서 현수막을 이용할 수 있는 모래주머니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활용 업체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현수막을 만들면서도 아무런 대책 없이 무조건 소각하거나 매립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각 정당과 정부는 말로만 환경보호를 외칠 것이 아니라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모습을 보일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폐 현수막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창재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폐 현수막을 그대로 소각해버리면 다이옥신이나 유해물질들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몇 몇 지차체에서 중구난방으로 현수막을 재활용 하는 것을 정부차원에서 일원화시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부나 정부차원에서 폐현수막의 수거와 운반, 재활용 등 시스템 구축해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며 "선거관리위원회나 각 정당 차원에서도 선거 현수막을 재사용하는 협약을 맺거나 '쓰레기 없는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선거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