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진통 끝 비대위체제 결론…계파갈등 봉합?
한명숙 전 대표 사퇴 후 사태 수습 방안을 고심하던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가 16일 '최고위원 총사퇴 없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결론은 '당내 혼란을 막기 위해 현 지도부가 총사퇴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던 친 노무현계와 '최고위원들이 총사퇴하고 비대위를 꾸려야한다'며 버티던 비 노무현계가 찾은 일종의 타협점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타협이 이뤄지기 전까지 최고위원들을 비롯한 지도부급 인사들은 당내 각 계파의 이익을 대변하며 의견차를 드러냈다.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당내 균열이 한층 명확해진 셈이다.
4·11총선 공천과정에서 친노무현계와 486세력에 밀렸던 박지원 최고위원 등 구 민주계와 호남세력은 친노무현계에게 총선 패배의 책임을 돌리며 지도부 총사퇴를 역설해왔다.
박 최고위원은 "4·11 총선 실패에 책임지고 반성할 사람들이 비록 차기 지도부 선출 때까지 두 달간(이지만) 국민 앞에 나서서 당을 이끌겠다고 하면 국민이 뭐라고 하겠느냐. 당 지도부가 모두 물러나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총선 기간 내내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손학규 전 대표 역시 친 노무현계가 계속 당권을 쥘 경우 향후 자신의 대권 도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계산 하에 '한 전 대표 사퇴 후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해왔다.
실제로 손 전 대표는 상당수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대표만 물러난 채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지도부가 대행체제로 지속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문용식 인터넷소통위원장·김두수 전 민주당 제2사무총장·서양호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 경선에서 패배하거나 낙선한 486인사 30여명도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해왔다.
이들은 "당 지도부는 총선 공천과정에서 낡은 정치세력의 기득권을 보호해 혁신과 정치권의 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열망을 배신했다. 무능하고 사심에 사로잡힌 지도부를 뽑으면 어떻게 당이 파탄 나는 지를 이번 총선 완패를 통해 절실히 경험했다"고 지도부를 비난한 바 있다.
반면 현재 당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친 노무현계는 문성근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선호해왔다.
친 노무현계는 그동안 '당헌에 따라 문성근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이 체제로 임시 전당대회를 추진하고, 전당대회에서 차기 대표를 뽑아야 당이 안정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 왔다.
이는 문성근 최고위원이 대표적인 친 노무현계 인사이기 때문이다. 문 최고위원은 한명숙 전 대표, 이해찬 상임고문, 문희상 의원, 원혜영 의원, 유인태 의원 등과 함께 친노 진영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 역시 한 전 대표와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던 박지원 최고위원과 손학규 전 대표를 향해 일침을 가함으로써 친 노무현계를 지원사격해왔다.
문 상임고문은 자신의 트위터에 '후속 방안을 논의할 겨를조차 주지 않고 등 떠미는 모습은 씁쓸했습니다. 현실정치의 비정함일까요? 정치도 품격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란 글을 올려 친 노무현계를 견제하려는 비 노무현 및 호남세력을 겨냥했다.
여기에 범김근태계로 알려진 이인영 최고위원 역시 '지도부의 잦은 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두 달짜리 비대위를 꾸리다 보면 또 계파 지분 챙기기 등 후유증이 나타날 것' 등 의견을 내놓으며 문성근 대행체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견에는 친 손학규계로 알려진 김부겸 최고위원까지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같은 계파간 갈등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왔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에게 과반의석을 뺏긴 후 불거졌던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 전략 부재'에 대한 지적이 한 전 대표 사퇴 후 수습 과정에서도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부가 타협을 통해 도출한 이번 '총사퇴 없는 비대위 체제 전환'이란 해법이 내홍 양상을 띠던 당내 분위기를 다잡는 묘수가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