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MB보다 더 부담스러워, 박근혜가"

2012-04-15     김훈기 기자

 19대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한 이후 안도의 한 숨을 내쉰 재계가 또 다른 근심에 빠졌다. 승리한 여당이 야당의 '재벌해체론'보다 더 무섭게 대기업 옥죄기에 버금가는 정책들을 내놓고 재계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승리 기자회견에서 '불법사찰방지법 제정, 민생문제 해결, 공약실천' 등을 주요하게 언급하며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대선까지 현 정부와 분명한 선 긋기를 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수도권에서 사실상 민주통합당에 패배한 만큼 민심을 돌리기 위한 적잖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재계 역시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올해 대선까지 재벌개혁 이슈가 이어질 것이 분명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15일 한 4대그룹 임원은 "여당이 승리하면서 안도하긴 했지만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대기업에 대한 여당의 평가가 그리 좋지 않고, 박근혜 위원장이 대선 주자로 나서게 될 경우 지금보다 더한 혹독한 추위를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선거 정국이 12월까지 이어지는 지난한 시간동안 대선주자들이 표를 얻기 위해 대기업을 옥죄기 위한 다양한 공약을 또 다시 쏟아낼게 분명하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에게 통 큰 양보 혹은 선물을 원할 것이 분명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야를 모두 아울러야 하는 재계로서는 정치권의 거센 압박에 대비한 대선용 '카드'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앞으로 수년 동안 기업이 설 자리는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도 전했다.

이미 지난해 말 이후 여야의 대기업 관련 공약들이 대거 공개됐지만, 재계에서 보기에는 여야 모두 큰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특히 노동 관련 공약의 경우 여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초과근로금지를 비롯해 골목상권 보호 등 노동자와 서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공약을 적극 앞세운 만큼 표를 의식한 여당의 공세가 만만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임원은 "노동 관련 공약은 오히려 새누리당이 더하면 더했지 민주통합당에 뒤지지 않는다. MB정부의 대기업 옥죄기보다 더한 상황이 닥칠 수 있는 만큼 이를 미리 감지해 서둘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위원장은 원칙론자로 잘 알려져 있다. 말수도 적지만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인물인 터라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운운하며 압박을 해 오면 야당이나 MB정권보다도 더 무서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들은 저마다 이에 맞는 대책을 미리 준비해 여당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고 그 와중에 여당은 노동계와 중소기업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재벌들에게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또 다른 10대그룹 관계자는 골목상권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대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너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골목상권 문제 역시 결국은 소비자들의 선택권 속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소비자들 역시 깨끗하고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권리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신문을 봐도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앞으로 민생 경제에 집중해달라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한다"며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쏟아낸 공약 중 가장 우려스러운 정책을 묻는 질문에도 대다수가 '복지 확대'와 '대기업 정책'을 꼽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상의가 최근 300개 업체를 대상으로 '19대 국회에 바라는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 '공약에 무조건 얽매이기 보다는 경제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57.0%로 가장 많았다.

기업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공약 역시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문제, 정년연장 등의 노동공약'이 52.0%로 가장 많았다. '법인세, 소득세 인상 등 증세'(17.0%), '무상보육·급식·의료 등 복지 강화'(13.0%)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