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경찰 출신 줄줄이 고배…윤재옥·김한표만 금배지
제19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노리며 야심차게 출마했던 경찰 고위직 출신 후보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18대는 새누리당 이인기 의원이 유일한 경찰 출신 현역의원이었다. 반면 법조인 출신은 여의도에 넘쳤다. 실제로 검사 출신 등 법조인은 17대 국회에서 54명, 18대 국회에서는 45명이 당선됐다.
이같은 성적표를 감안하면 국회에서 만큼은 경찰 출신들은 제대로 대접을 못 받은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필승의 각오를 다졌다. '입법부에 대거 입성하겠다'고 하는 조직차원의 열망이 느껴질 정도였다.
워낙 수적 열세를 보이다 보니 특히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는 힘을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검찰과의 격돌에서 패배하면서 국회 진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더욱 강해졌다.
4·11 총선에 출마한 경찰 출신 후보자는 모두 11명이었다. 새누리당이 3명, 민주통합당이 1명, 무소속이 7명이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결과는 참담했다. 윤재옥 전 경기경찰청장을 제외하고 모두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새누리당으로 출마한 윤 전 경기청장은 대구 달서을에서 통합진보당 이원준 후보를 따돌리고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새누리당 소속 박종준 전 경찰청 차장은 충남 공주에서 민주통합당 박수현 후보에게 무릎을 꾾었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도 서울 노원병에서 출사표를 던졌지만 통합진보당 노회찬 후보에게 패배했다.
민주통합당 소속 서재관 전 해양경찰청장은 충북 제천·단양에서 새누리당 송광호 후보의 벽에 막혀 금배지를 달지 못했다.
무소속에서는 김한표 전 거제서장이 유일하게 당선됐다. 그는 경남 거제에서 검사와 변호사 출신 여·야당 후보를 물리쳤다.
새누리당 진성진 후보는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으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협의회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진보신당 김한주 후보는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고문 변호사다.
김 전 서장을 제외한 최기문 전 경찰청장(경북 영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경북 경주), 김철주 전 전북경찰청장(전남 여수갑), 최석민 전 경찰종합학교장(경기 광주), 엄호성 전 서울 중부경찰서장(부산 사하갑), 강광 전 전주경찰서장(전북 정읍) 등은 모두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경찰 조직 내에서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이번 총선에서는 경찰 출신 후보자들이 10명이 넘어 최소한 3명 정도는 당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던 점에 비춰보면 경찰 조직의 충격은 컸다. 단 한 명 밖에 금배지를 달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예년과 다르게 후보자도 10명이 넘어 이번 총선에서는 경찰 출신들의 국회 입성을 많이 기대했다"며 "결과가 참담해 놀랍기도 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고 털어놨다.
일선 경찰관들은 수사권조정 문제 등 경찰의 입장을 국회나 정치권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사라졌다며 기대감을 꺾기도 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경찰 출신 정치인이 턱없이 부족해 경찰 조직의 입장 등을 국회나 정치권에 반영하기는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이런 기회는 사라지게 됐다"며 안타까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