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與·'막말' 野…'140석 싸움' 어디가 유리?
4·11 총선이 사흘앞으로 다가온 8일 막판 판세가 어느쪽에 유리하게 형성되고 있는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은폐 의혹과 관련한 파장이 '정권심판론'으로 연결돼 여당인 새누리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통합당에는 선거운동 중반에 불거진 '김용민 막말 논란'이 큰 위협이 되면서 여야 대결구도가 팽팽해 어느 때보다 섣부른 예측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명숙 대표가 7일 김용민 후보와 관련, 공식 사과를 한 뒤에도 여야는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을 비롯 주말내내 상대방에 대한 비판과 공세를 지속하고 지도부는 서울과 중부권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유세를 벌인데 대해 유권자들의 반응이 어떻게 표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의석수 확보와 관련, 140석정도면 제 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새누리당측은 130석 가량을 얻어 140석이상을 확보할 민주통합당보다 10석가량 적을 것으로 보는 반면 전문가들 가운데서는 새누리당이 오히려 140석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등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할 경우 새누리당이 106곳정도, 민주통합당이 약 95곳에서 각각 우세를 보이고 있으나 백중지역이 많아 판세 예단이 쉽지않은 것이다.
이런 탓에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율과 지지층 결집 여부, 그리고 아직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층 확보가 판세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거세게 불어 닥친 일련의 위기상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극복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느냐에 따라 최종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與도 野도 예측 어려운 票心…지지층 결집· 부동층 확보가 최대 변수
'민간인 사찰' 문제가 이번 선거기간 내내 전반적인 위기감으로 상존해있는 새누리당의 경우 선거 결과를 낙관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 초반 민주통합당의 공천 잡음과 '관악을 사태'로 야권연대에 위기가 닥쳐오면서 다소 낙관하는 듯했던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가 접전지역이 많은 선거인만큼 예측이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여권에 호재로 작용한 '김용민 막말 논란'이 실상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엔 부족한 변수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 때문에 15∼25석 정도의 차이로 진보진영이 우세할 것이라는 내부의 관측도 있다. 현재 '140석 싸움'으로 예상되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보다 10석 안팎의 많은 의석을 얻어 140석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8일 "새누리와 민주, 양 당만 본다면 275∼278석 사이를 보고 싸우기 때문에 140석을 얻으면 제1당이 된다"며 "민주당이 140석 이상일 가능성이 많고 새누리당은 130석대일 가능성이 많은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것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전국 70여곳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절반인 30∼40곳은 결과를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상황이다.
다만 공천 잡음 등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에 따라 선거운동 초반 125석 안팎을 예측했던 민주당은 여권과 마찬가지로 야권에서도 지지층 결집이 이뤄질 것에 대해 기대감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에 젊은층이 투표에 적극 참여해 60% 이상의 투표율이 확보돼야 접전지역에서 야권 후보의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용민 막말 논란' 등으로 인해 오히려 보수 성향 지지층의 결집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투표율 상승이 단순히 야권에 대해서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기존 여권의 강세지역인 부산·충청·강원 등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투표율이 높아지면 승리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에도 여론조사 추이에 변화의 조짐이 있는 만큼 이변의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또 '김용민 논란'도 한명숙 대표가 공식적인 사과를 한 만큼 어느 정도 진정 국면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인 박선숙 사무총장은 이날 "역대 어느 선거보다 보수세력의 단결이 놀라운 수준"이라며 "이번에 지면 대선도 끝장난다는 위기감이 지금 새누리당과 지지층 사이에 사생결단의 결집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선거운동이) 일주일 이상 지나면서 야권 지지층의 결집이 진행되고 있다. 민간인 사찰이 이번 총선에서 투표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며 "투표율 1∼2% 차이가 당락의 희비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투표율이 관건…김용민 여파 '관심'
전문가들 역시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희비를 가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인한 정권심판론이 전반적인 표심을 가를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김용민 막말 논란과 같은 변수가 부동층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당 모두 120석을 넘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새누리당이 조금 우세해 140석 정도까지 가능하고 민주당은 130석 정도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또 "민주당 입장에서는 투표율이 60% 정도는 나와야 하고 최소한 선전할 수 있는 것은 55% 정도인데 그만큼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51∼52%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김용민 발언을 보고 아예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135석 미만이 됐을 경우 박근혜 위원장을 흔드는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지만, 새누리당이 140석 정도까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민주당은 김용민 막말 논란에 대응을 잘 못했기 때문에 10석 이상 빠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130∼140석에서 제1, 제2당이 될 것이고, 의석차가 얼마 나지 않을 것"이라며 "새누리당 같은 경우 영남이라는 광범위한 지역 기반에 의한 안정적인 의석수가 있어 130석까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어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에게 양보한 지역이 많아 독자적으로 140석을 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투표율이 55% 이상 나와 준다면 민주당의 제1당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윤 전문위원은 또 김용민 막말 논란에 대해 "야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정서를 표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동층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선거가 정권심판론이라는 프레임으로 치러지는 가운데 전체 판세를 흔들게 하는 요인보다 일부 부동층의 투표의지를 다소 약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