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복동 할머니 추모행렬…文대통령 등 각계 애도
길원옥 할머니도 휠체어 타고 빈소 찾아
할머니는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오랜 시간 같은 아픔을 겪고 서로를 의지한 동료가 떠난 슬픔에 말문도 닫았다.
고(故) 김복동(향년 93세) 할머니의 빈소를 29일 찾은 길원옥(91) 할머니 얘기다.
길 할머니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할머니의 빈소를 이날 오후 2시 34분께 찾았다.
휠체어를 타고 온 길 할머니는 부축을 받고 일어나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길 할머니는 엷은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 속 김 할머니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길 할머니는 김 할머니와 함께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고발하는 데 평생을 바친 평화·인권운동가다.
지난 2002년부터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로 세상에 나서 전세계에 여성인권의 현주소를 알렸다.
2012년 3월 8일에는 김 할머니와 함께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단체 ‘나비기금’을 발족했다.
김 할머니가 생전에 좋아하던 노란 빛 스카프를 입고 김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길 할머니는 ‘뚜벅뚜벅 걸으신 평화인권 운동의 길, 저희가 이어가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읊조렸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41분께 암으로 운명을 달리한 김 할머니는 세계 곳곳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를 증언하고 일본 정부에 사과를 요구한 국내 ‘위안부’ 피해의 산 증인이었다.
김 할머니의 장례는 여성인권운동가 시민장으로 치러진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조문객을 받기 시작한 김 할머니의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부터 영화 ‘아이캔스피크’에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를 연기한 배우 나문희, 이정미 정의당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잇따라 방문했다. 김 할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하려는 일반 조문객들도 줄을 이었다.
발인은 오는 2월 1일 엄수된다. 김 할머니는 병원에서 출발해 서울광장을 거쳐 지난 평생을 서슬퍼런 눈으로 지켜봤던 일본대사관 앞에서 노제를 치른 뒤 충남 국립 망향의 동산에 안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