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민간인 사찰' 특검 거부키로…이유는?

2012-04-02     박정규 기자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가 사찰 문건으로 인해 여당인 새누리당도 특검을 요구하면서 현 정부와 '선긋기'에 나선 가운데, 특검 수용 여부에 대해 어정쩡한 반응을 보였던 민주통합당이 결국 특검을 거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분위기다.

여당이 주장하는 특검이 오히려 '시간끌기용'인 만큼 오히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위해서는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통해 전면 재수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내부 혼선으로 어정쩡한 입장 정리 "특검은 꼼수"

민주당은 사찰 문건으로 인한 파장이 커진 지난달 31일 새누리당이 특검을 요구하자 다소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사찰 문제와 관련해 철저하게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도 특검 자체에 대해서는 수용을 뜻하는 것인지, 거부하는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은 "특검도 하고 국정조사도 하고 청문회도 해야 한다"며 "끝까지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시간끌기는 안 된다. 지금 당장 할 일을 해야 한다"며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조사의 대상이다. 사건의 은폐에 어떻게 가담했는지, 사건 자체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특검이 당연히 도입돼야 할 사안이지만, 새누리당의 특검 제안이 책임 회피 및 여당의 공동책임을 차단하고자 하는 정치적 꼼수가 되거나 수사 시간끌기용이 돼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의 특검합의가 진행 중인 수사의 중단으로 연계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특검 이전에 강도 높은 수사를 할 수 있는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 자체를 놓고 보면 수용인지, 거부인지 명확한 입장을 알 수 없는 내용이다. 이번 사안이 특검을 추진할만한 사안이라고 보면서도, 여당에서 정작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나서자 혼선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날 이인영 최고위원은 별도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보도자료를 내고 특검 거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의 불법 민간인 사찰에 대한 특검 도입과 권재진 법무장관 사퇴 촉구는 책임 회피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특검을 도입하면 특검법상 특별검사의 임명 주체가 이번 사건의 최종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바로 이점을 알면서 새누리당이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이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특검이 아닌 '불법민간인 사찰 국회청문특별위원회'(가칭)의 구성을 제안했다.

최재성 의원도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MB정권의 무차별적 불법적 대국민 사찰 행위는 '특검'으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새누리당의 특검 제안은 특검으로 시간을 벌어보고자 하는 꼼수정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마찬가지로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불법사찰 청문특위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사찰 주체가 정부인데 정부주도 특검 맞지않아"… '역풍가능성'도 우려한듯

이에 따라 민주당도 결국 특검을 거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황이다.

특검 임명 주체가 야권이 이번 사건의 주체로 지적하고 있는 이 대통령이라는 점 외에도, 특검을 실시할 경우 특검팀 구성에 2개월이나 걸리는 만큼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특검 대신에 즉각 구성이 가능한 특별수사본부를 꾸려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아울러 진위 여부를 떠나 정부·여당이 참여정부 관련 문건 부분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팀에 권한을 전적으로 부여할 경우 현 정부의 사찰 문제는 오히려 뒤로 빠지고 참여정부에 대한 공세의 빌미만 내줄 우려도 있다.

민주당은 따라서 특검을 수용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강조하면서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2일 민주당 MB·새누리심판국민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유재만 변호사는 "새누리당이 특검 도입을 이야기한다"며 "지금은 수사가 아주 급박한 상황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체포·압수수색 이뤄지는 상황에서 몇 달 걸릴 특검을 하자는 것은 수사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에서 특별수사본부를 이야기하는 것은 검찰 수사를 더욱 활발히 하자는 것"이라며 "급박한 수사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숙 선대본부장도 전날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특검을 구성하는 데에만 두 달이 걸린다. 시간끌기에 동의할 수 없다"며 "또 사건 당사자가 수사해서는 안 되기에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해임과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통해 전면적인 재수사에 돌입하자는 것"이라며 "19대 국회에서 국정조사와와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할 수 있는 건 원래 다 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라며 "특검 요구가 시간끌기용이라는 게 분명하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