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조성길 北대사대리, 가족과 함께 망명하나

자녀도 伊서 생활…北에 가족 두고 망명 택하지 않았을 듯

2019-01-08     박경순 기자
▲ 이탈리아 언론이 공개한 北대사대리 모습. <뉴시스>

망명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행보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그의 근황과 신상에 관한 정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 전 대사대리의 가족 이야기가 가장 대표적이다. 

조 대사대리와 가깝게 지냈던 안토니오 라치 전 이탈리아 상원 의원은 “그가 평양으로 귀임하기 전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와 베네치아로 가족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조 전 대사대리가 부인과 함께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을 이탈했다는 것은 국가정보원이 공식 확인한 바 있다. 

라치 전 의원은 “열두 살로 보이는 조 전 대사대리의 아들이 로마 국제학교를 다녔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6년 한국으로 온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도 조 전 대사대리가 자녀를 두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 생활했다고 전했다.

조 전 대사대리가 정확히 언제, 어떤 이유로 잠적했는지, 또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미궁 속에 빠져 있다. 다만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그가 가족과 함께 도피 중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 전 대사대리가 가족을 북한에 남겨두고 망명을 선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북한 외교관은 재외공관 근무 시 자녀 중 1명을 북한에 인질로 남겨둬야 하지만, 가족 전원이 부임을 허락받은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대사대리의 집안과 출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조 전 대사대리가 외교관 가문에서 태어나 평양외국어학원을 거쳐 북한 외무성에서 근무한 엘리트 계층이라고 태 전 공사는 소개한 바 있다.

조 전 대사대리의 북한 내 거주지가 노동당 고위간부들이 많이 사는 평양시 중구역의 창광거리로 전해지면서 그가 핵심계층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인 리도섭 대사가 김정일과 김일성의 의전을 맡았던 점도 이런 이유에서 주목된다.

실제 조 전 대사대리가 고위층으로 밝혀진다면 그동안 엘리트 계층의 이탈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북한 사회에 던지는 충격파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북미 간 진행 중인 비핵화 협상에도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조 전 대사대리의 신병에 남북한과 미국, 이탈리아 등 관련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보라인을 가동하고 있으나 그의 소재나 상태에 관해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대사대사가 이미 이탈리아를 떠나 미국으로 이동했거나 북한으로 송환됐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미국 국무부와 CIA는 그의 망명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반응을 내놓지 않기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대사관 정문 옆 게시판에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사진을 게시해 대사관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보였을 뿐이다. 

조 전 대사대리의 행보는 당분간 드러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에서 망명 심사를 하더라도 고위급 인사라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며, 북한에 송환됐다고 해도 추가 탈북 등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행적 공개를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