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생선을?'…檢, 불법사찰 또 축소·은폐하나
검찰이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에 대한 재수사에 들어갔지만 권재진 법무부 장관 체제 하에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 장관은 2010년 1차 검찰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검찰의 '부실 수사'에 영향을 미치거나 증거인멸 사건을 은폐하는데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靑 민정수석이 현 법무장관
당시 검찰은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대포폰'을 사용해 장진수 전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검찰 조사 요구를 거부하고 최 전 행정관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인 뒤 '문제 없다'는 내용만 검찰에 통보했다.
최 전 행정관은 서울 시내 호텔에서 검찰의 '방문' 조사를 받는 '특혜'도 누렸다. 그는 결국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또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 비서관실 장석명 비서관이 장 전 주무관의 일자리를 알선해 준 사실이 드러났고, 장 전 주무관에게 변호사 비용 5000만원을 건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아울러 불법 사찰을 한 것으로 알려진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보고라인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과 민정수석실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KBS 새노조가 입수한 불법사찰 문건에 따르면 BH(청와대) 하명 사건 중 '민정'이라고 표시된 부분이 나타나 있다.
이러한 정황에 따르면 당시 민정수석실은 증거인멸에 개입했거나 적어도 증거인멸 사실을 알고도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 때문에 권 장관이 계속 법무장관직에 남아있는 한 이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로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권 장관은 민정수석 시절 일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속 수사', 사건 축소·은폐 수순?
이와 함께 검찰이 이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수사에 협조적인 제보자의 집을 압수수색 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도 석연찮다.
검찰은 장 전 주무관이 'VIP(대통령)'도 보고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한 다음날 장 전 주무관의 자택을 '추가 증거 확보' 명분으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던 장 전 주무관 측은 압수수색이 진행된 후 "검찰이 각본에 따라 움직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며 "새 휴대전화와 명함 등을 압수한 것은 장 전 주무관의 폭로 배경에 대해 수사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장 전 주무관의 추가 폭로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장 전 주무관측의 폭로만 차단할 수 있다면 검찰은 지난 1차 수사때처럼 표면에 드러난 관련자들에 대해서만 사법처리한 뒤 신속하게 사건을 종결할 수 있어 논란이 계속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검찰이 4·11 총선을 불과 10여일 앞둔 현 상황에서 주요 관련자들을 하루 단위로 소환하는 등 전속력으로 수사하는 것도 이와 일맥 상통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 전 주무관의 'VIP 폭로' 후 4일동안 검찰은 장 전 주무관과 그의 상사였던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최 전 행정관과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등을 소환 조사했다. 최 전 행정관에 대해선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이 사안의 핵심인 '불법사찰'에 대한 수사 없이 표면적으로 범죄 행위가 드러난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 등을 사법처리 한 뒤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장 전 주무관이 폭로한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