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는 성시백 "최고로 행복했던 순간은 대표팀 선발 때였다"
"최고로 행복했던 순간은 대표팀에 선발될 때였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단거리 스타 성시백(25·용인시청)이 정들었던 빙판을 떠난다.
성시백은 다음달 1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KB금융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챔피언십 2012 겸 2012-2013 쇼트트랙 국가대표선발전' 1000m 경기를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한다.
성시백은 "이제부터는 평소 관심이 있던 학업에 전념하고자 한다"고 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부상만 아니면 사실 운동을 계속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예 스케이트를 못 탈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선수생활을 이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성시백은 고질적인 왼쪽 발목 부상으로 고생했다. 게다가 지난해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때 오른 발목을 또 다치면서 흔들렸다. 꾸준히 재활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선수생명이 짧은 것이 쇼트트랙의 특성이라지만 성시백은 이제 스물다섯에 불과하다. 포기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한때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 안현수(27·빅토르 안)는 부상을 안고도 러시아에 귀화해 선수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성시백은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현수 형이 운동을 계속하는 것에는 응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부상 때문에 운동을 접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다른 길로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후자를 택했다"고 덧붙였다.
성시백은 "부모님께서 은퇴를 많이 아쉬워 했다. 운동을 지도해 주셨던 선생님도 아쉬워 했는데 그 중에서 곽윤기가 많이 아쉬워 했다"고 전했다.
성시백과 곽윤기는 국가대표팀에서 6년 동안 같은 방을 쓸 만큼 각별한 선후배 사이였다.
성시백은 "워낙 친해 사실 윤기는 (은퇴 결심을)일찍 알고 있었다. 윤기도 공부 쪽에 관심이 있었다"며 "윤기한테 '내가 먼저 길을 닦아 놓을테니 나중에 따라 오라'고 말했다"고 끈근한 우정을 자랑했다.
성시백은 현재 연세대에서 스포츠 심리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쇼트트랙은 심리적인 면이 경기에 많이 작용한다. 석사를 마치고 박사까지 생각하고 있다.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며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밑그림을 들려줬다.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는 2009년 4월을 꼽았다. 성시백은 "선수생활 중 2009년 4월 올림픽대표 선발전에서 대표로 뽑혔을 때가 가장 기뻤다. 경기는 해 봐야 아는 것인데 대표팀에 뽑혔다는 사실만으로 메달은 따논 당상이라고 생각했다"고 행복했던 순간을 돌이켰다.
2007년 토리노 동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전 종목을 석권하며 깜짝 스타로 떠오른 성시백은 이후 계속된 불운을 겪었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500m에서는 1위로 달리다가 결승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성시백은 "쇼트트랙은 실력과 상관없이 변수가 너무 많다. 올림픽을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해도 갑자기 앞 선수가 넘어지면 어쩔 수 없다"며 당시의 고통을 떠올렸다.
팬들의 이어지는 응원의 글에 대해 그는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를 드린다. 비록 경기에는 나서지 않지만 스포츠 쪽에 남아 있으니 계속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