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을…'방어' 나선 유일호 vs '중진' 무게 천정배
강남벨트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현역' 의원 새누리당 유일호 후보와 전 법무부장관이자 4선 국회의원의 '관록'을 내세운 민주통합당 천정배 후보가 송파을에서 맞붙는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야당에게 자리를 허락하지 않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송파을이 격전지가 되어 들끓고 있다.
최근 한 언론사가 발표한 지지율을 보더라도 유 후보가 26.50%, 천 후보가 21.20%를 기록하면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등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6일 새마을 시장 인근 노점상 거리에서 만난 유 후보는 근소한 지지도 차이에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마치 가까운 친구처럼 노점 상인들에게 말을 건네고, 또 그들의 말을 경청했다.
한 노점상은 "유 후보가 구청에 말을 잘 해줘서 우리가 여기 이렇게 장사를 하고 있다"며 "유 후보의 재선은 떼어 논 당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의류 가게는 들어가기가 머쓱하다"고 넉살을 떨던 유 후보는 화장품 가게에 들른 김에 7500원 어치의 핸드크림을 구매하기도 했다.
시민 반응이 좋다는 기자의 말에 유 후보는 "4년 동안 국회의원을 해서 아는 분들이 꽤 있으니까 그분들이야 절 보면 반가워하는 것"이라며 "시민을 만나다 보니 경제와 물가가 가장 주된 불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락1동 시영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가면 물가 이야기보다 재건축 이야기가 더 많다"며 재건축 문제를 지역 현안 중 하나로 꼽았다.
유 후보는 "고층·고밀도 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것만이 유일하게 주민도 살고, 서울시 주택사정을 해결하는 문제"라고 재건축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천정배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해서는 "야당의 중진의원으로 4선을 한 무게 있는 분"이라면서도 "하지만 바뀌길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에 비추면 오히려 선수(選數)가 많은 것이 핸디캡이 되지 않겠느냐"고 자신했다. 또 "아무래도 지역 선거인데, (천 후보는) 여기 오신지 4주도 안 되셨을 것"이라며 자신이 더 경쟁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유일호 후보가 유세를 펼치고 있던 송파 새마을시장에서 불과 10분 거리, 드문드문 상가가 자리한 곳에서 천정배 후보는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일일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3시간 동안 쉼 없이 도보로 골목 골목을 샅샅이 돌고 있던 상황이었다. 천 후보의 보좌관은 "며칠 전 다리를 접질렸는데도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이동하신다"고 귀띔했다.
느리게 걷는 천 후보를 몇몇 젊은이들은 알아보고 악수를 청했고, 길 한쪽에 앉아 있던 유제품 외판원 여성은 "인상이 너무 좋으시다"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또 천 후보가 방문한 한 세탁소 업주는 "(천 후보의) 사무실 위치를 알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천 후보는 "27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한다"며 즉석에서 위치를 가르쳐 주며 초대하기도 했다.
천 후보가 동네 슈퍼마켓을 방문하자 가게를 보고 있던 박모(77)씨는 "여기서 승리하셔야 하는데"라면서도 "이 동네가 워낙 여당지역"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다른 지역 주민은 "천 후보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을 때 본 적이 있다"며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천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천 후보는 "여러 가지로 승산이 있다. MB정권의 실정이 시민들에게 각인돼있어 야당이 옛날 같지는 않다"며 "상식과 양심의 정치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희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또 "부끄럽지만 상식과 양심의 정치를 실천해왔다"고 자신했다.
토박이가 아니라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는 "누가 토박이인지 그런 것을 따지는 분은 없다. 유권자 17만명의 현안이 문제"라며 "먼저 왔다고 토박이이고 늦게 왔다고 토박이가 아닌가. 여기에 누가 토박이가 있느냐"고 강조했다.
유일호 새누리당 후보에 대해서는 "젠틀한 분인데 4년 동안 의정활동을 했고 미국유학파, 감세파로 알고 있다"면서 "어떻게 말하면 MB노믹스를 대변하는 경제학자이기 때문에 각이 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