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출 시작?...外人, 채권서 9개월 만에 '팔자'
금감원, 9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 발표
주식에선 6000억원 순매수...전달비 반토막
외국인이 지난달 국내 상장채권 시장에서 9개월 만에 팔자 기조로 돌아섰다. 미국의 금리인상 본격화로 인한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역전폭 확대, 미중 무역갈등 고조 등이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외국인들은 상장주식 시장에서는 석달째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지만 지난달 순매수 규모는 한 달 전과 견줘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금융감독원이 15일 발표한 '9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상장채권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조9000억원 규모의 순유출을 단행했다. 4조1000억원어치를 매수했으나 1조8000억원을 매도하고 동시에 4조2000억원어치가 만기상환이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외국인은 상장채권 시장에서 지난 1월 이후 8개월간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마무리하고 지난달 '팔자'로 전환해 눈에 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잔고는 한 달 전에 비해 감소한 112조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외국인은 국내 전체 상장채권의 6.5%를 보유하게 됐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국인 상장채권 보유액이 지난 8월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8월까지 8개월간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어 자본유출 우려가 낮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지난달부터는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상황에서 미중 간 무역갈등 불안감이 고조된 데 것이 주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연 1.50~1.75%로 올린 데 이어 추가로 6월, 9월에 인상을 단행하면서 현재는 한미 간 금리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국보다 안정성이 높은 미국 시장이 금리 수준까지 높아지면 국내 증권시장에서 자본유출 압력이 커지게 된다. 이와 함께 오는 1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올 들어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외국인은 상장주식에서 지난달 6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7월부터 석 달째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전달(1조1000억원)보다 순매수 규모는 약 절반가량 줄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30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이로써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 규모는 570조원으로 조사,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31.5%를 가지고 있다.
결국 주식(순매수 6000억원)과 채권(순유출 1조9000억원) 등 전체 상장증권 시장에서 지난달 외국인은 총 1조3000억원의 순유출을 감행한 것을 알 수 있다.
나라별로 상장채권 투자 동향을 보면 아시아(-1조1000억원), 유럽(-8000억원)이 순유출을 기록했다. 보유 규모는 아시아 49조5000억원(전체의 44.1%), 유럽 36조4000억원(32.5%), 미주 10조8000억원(9.7%) 순이었다.
채권 종류별로는 국채(-2조1000억원)에서 주로 순유출됐다. 회사채에서는 100억원가량이 순유출됐다. 잔존만기별로 보면 1년 미만에서 3조5000억원이 순유출됐다. 1~5년 미만(1조1000억원)과 5년 이상(5000억원)에서는 순투자가 이뤄졌다.
주식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2조1000억원), 싱가포르(4000억원) 등이 순매수했으며, 영국(5000억원), 룩셈부르크(5000억원) 등은 순매도했다. 상장주식 보유 규모는 미국이 254조3000억원으로 외국인 전체 상장주식 보유액의 42.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유럽 171조원(28.6%), 아시아 70조7000억원(11.8%), 중동 21.9조원(3.7%)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