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계열사 매각·분할

LG, 서브원 MRO사업 분할 매각...총수일가는 물류사 판토스 지분 팔아 SK는
SK해운 매각...GS·한화·코오롱·LS 등도 내부거래 계열사 정리 나서

2018-10-07     김현아 기자
▲ 공정거래법 관련 정책 세미나 축사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내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자 대기업들이 분주해졌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상장·비상장을 막론하고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기업과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이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로 강화했다. 개정안은 오는 11월 정기국회에 제출되며, 이르면 2020년 시행된다. 

규제 대상 기업은 231개에서 601개로 늘어나게 된다. 주요 대기업들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계열사 매각과 분할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우선 LG그룹은 비상장 계열사인 서브원의 소모성 자재구매 부문(MRO) 사업을 분할해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서브원은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MRO, 기업 자산관리, 건설, 레저 전문기업이지만, 내부 거래 비중이 높았다. 

LG는 물류사 판토스도 매각한다. 구광모 회장 등 LG 총수 일가의 판토스 지분율은 19.9%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SK는 SK해운의 지분 상당 부분을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했다. 차입 부담과 업황 부진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자 매각을 결정했다. SK해운은 지주사인 SK(주)가 지분 57%를 가진 비상장사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사전에 해소하려는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부동산 개발회사 SK디앤디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 최 부회장이 지배하는 SK가스 또한 보유중인 SK디앤디 지분 3.5%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한다. 

GS는 엔씨타스 청산과 GS아이티엠 매각 추진에 이어 승산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있던 사업을 매각한다. 한화는 SI 자회사인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의 합병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해소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지난 8월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인 코오롱베니트 지분 전량(49%)을 코오롱에 현물 출자했다. 코오롱은 이 회장에게 신주 56만여 주를 발행했다. 이 회장은 지분 매각으로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해소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LS그룹은 총수 일가가 직접 지배해 일감몰아주기로 논란이 됐던  가온전선 지분(37.62%)을 LS전선에 매각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부의 방침에 맞춰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불씨를 차단하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과거 정책적으로 유도해 온 지주회사 제도의 본질과 상충하고 경영 효율성 하락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