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몰카범’ 선고에 여성들 격앙…초범인데 실형 충격
가해자가 남자일 때만 성범죄에 관대한 나라
불법촬영(몰카) 편파수사 규탄시위의 계기가 된 ‘홍대 미대 누드 몰카범’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불법촬영 초범에게 이례적으로 실형 선고가 내려진 데 대해 특히 여성들은 “국가가 전쟁을 선포했다”며 분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6단독 이은희 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모(25)씨에게 13일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이수 프로그램 40시간을 명령했다.
이 판사는 “안씨가 저지른 사건은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인격적 피해를 가했고, 인터넷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처벌이 필요하다”라며 “피해자의 사진이 다른 사이트에도 이미 유포돼 추가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완전한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초범인 데다 반성문을 16차례나 제출했는데도 실형 선고가 나오자 여성들은 격앙된 반응을 내비쳤다. 안씨가 실형을 받은 이유가 이제까지 불법촬영의 여성 피해자들이 고통받아온 이유와 다르지 않다는 점이 불붙은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대학생 김모(23)씨는 “국가가 전쟁을 선포했다”고 단언했다.
김씨는 “몰카범이 실형을 받는 것은 처음 본다. 다른 몰카범은 대개 집행유예가 나오지 않았나”라며 “여성만 처벌하는 국가인가. 여전히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은 없다”고 비판했다.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3차례 참가한 A(28·대학원생)씨는 “여성들이 수차례 몇만 명이 모였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며 “사람을 때려도 집행유예가 나오던데 오늘 선고는 정말 희망이 없는 결과다. 사실 지금 너무 어이가 없어서 논리적으로 말도 못 하겠다”고 토로했다.
광화문에서 열린 4차 규탄시위에 참여했던 박모(29·회사원)씨는 “이 나라가 범죄를 저지른 ‘여자만은’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남성이 받은 처벌과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난다. 한국에서 여자는 늘 2등 시민”이라고 말했다.
김모(30·회사원)씨는 “대한민국에서 몰카가 처음 일어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씨는 “여자의 나체는 공공재처럼 돌려보면서 남자 몸을 찍어 올리면 징역 10개월”이라며 “앞으로 일어나는 불법촬영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두고 보겠다”고 강조했다.
박모(29·회사원)씨는 “(안씨가) 잘못한 건 알겠는데, 보통 몰카 사건은 집행유예가 나온 경우를 많이 봐서 좀 이상하다”라며 “최근 우리 회사에서 남자가 여자 동료의 치마 속을 찍은 사건이 있었지만 벌금으로 끝나더라. 처벌에 차이가 있지 않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선고를 계기로 불법촬영 범죄의 처벌이 엄격해지길 바란다는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