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자산 불평등 해소하고 집값 잡을까?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불로소득 근절과 불평등을 해소를 내걸고 보유세 개편안을 확정했지만 실제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특히 시민단체에서는 조세불평등의 가장 주요한 원인인 부동산 종류에 따른 공시가격 현실화 문제를 법령 개정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한 것에 반발이 심하다.
오히려 종합적인 보유세 정상화가 아니라 땅부자와 재벌기업은 제외하고 아파트값 상승을 막기 위해 일부 다주택자에게만 초점을 맞춘 반쪽 자리 개편안이라는 지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보유세 개편 권고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 5%p씩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주택은 과표 6억원 초과 구간을 0.05~0.5%p, 토지의 경우 종합합산토지는 0.25~1%, 별도합산토지는 0.2% 인상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유세 개편안이 재건축 등 고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할수록 세 부담이 강화되는 구조라 강남권 거래시장의 심리적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보유세 개편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강남권이라고 본다"면서 "최근 2~3년 간 가격 상승폭이 가장 커 보유세 부담도 큰데다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으로 악재가 몰려 있어 강남권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2~3년 간 강남 집값이 3~5억원 이상 오른 것에 비해 이번 보유세 개편안으로 세금이 몇 백만원 조금 더 나온다고 해서 집을 내놓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다주택자들의 경우도 공시가 합산액이 15억원을 넘지 않으면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공시가 13억5200만원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5㎡와 11억8400만원인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120㎡를 가진 경우 공시가액비율을 80%에서 85%로 올리면 종부세 872만5056원에서 1337만2405원으로 465만원 늘어난 세금을 낸다.
무엇보다 이번 보유세 개편안에 빌딩과 상가, 토지 등을 소유한 극소수의 부동산 부자들과 재벌들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칼을 대지 않았다는 것은 오점으로 지적된다.
이들은 그동안 낮은 공시가격으로 보유세 특혜를 받아 왔다. 공동주택은 공시가격이 70% 내외의 현실화율을 보이는데 반해 고가 단독주택과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가와 빌딩은 시세의 절반에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9개 광역지자체의 공시지가 상위 100위를 조사한 결과 시세반영률이 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에 시가 200억원대의 상가를 보유해도 낮은 공시가격으로 인해 종부세 대상이 아닌 것이다.
또 주택이 토지비와 건물값이 합쳐져 세금을 내는 반면 제2롯데월드 등 법인이 소유한 수천억원의 건물은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토지는 별도합산으로 세금이 책정돼 개인에 비해 세금 혜택을 받는다"면서 "이번 권고안을 보더라도 별도합산토지의 세율이 최대 0.9%로 최대 3%인 종합합산 토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증감도 0.2%로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강남 집값을 잡고 고질적인 자산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부 규제로 인한 수요억제나 공급 확대만으로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강남의 경우는 우수한 교육여건으로 학령기 자녀를 둔 가족의 인구유입이 늘어나고 있고 대기업 등의 우수한 고용여건도 주거수요를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오히려 정부의 규제로 진입 장벽을 높이면 매수 수요층을 확산시키기 보다는 특정계층으로 한정시키게 된다"면서 "가격으로 인한 높은 진입 장벽으로 인해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 역시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공공의 인프라 구축으로 발생하는 지역적 가치 상승을 공공이 흡수하거나 공공이 주택 제공에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가격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함 랩장은 "인프라가 집중돼 있는 강남3구 외 지역으로 인프라 투자를 통해 수요를 분산시켜야한다"면서 "인프라 건설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타 지역으로 이전시켜 공공이 조정자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승섭 부장도 "공동주택, 단독주택, 상업업무용 빌딩, 토지 등 부동산의 종류에 상관없이 공평한 세금을 부여해야 세금이 증액되는 당사자도 수긍할 수 있다"면서 "특위 권고안을 기계적으로 입법화 할 것이 아니라 조세정의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