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2일 법정 첫 출석

여윈듯한 얼굴에 시종 굳은 표정

2018-07-02     배성렬 기자
▲ 수행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첫 재판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도지사로서의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2일 첫 공판에 출석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56분께 남색 정장과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서부지법에 도착했다.

다소 여윈 듯한 얼굴에 굳은 표정으로 흰색 차량에서 내린 그는 옷 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입구에 몰려있는 취채진을 향해 양 옆으로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를 향해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의’ 회원 중 일부는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안 전 지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법원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안 전 지사는 ‘3개월만 법정 나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아직 혐의를 부인하는가’, ‘심경이 어떤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김지은씨가 방청 온다는데 어떠실거 같나’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후 안 전 지사는 법원검색대를 통과해 303호 법정으로 향했다. 앞서 같은 장소 오전 9시 30분께는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의’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재판이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재판 결과는 안 전 지사를 처벌하는 ‘한 개의 사건’이 아니다”라며 “낮은 지위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이 재판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고, 이 재판의 결과가 정의로워야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당당하게 두려움 없이 성폭력을 고발하고 그것은 성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재판의 결과가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기준, 가이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여성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도록, 성희롱과 성폭력, 성차별이 난무하는 직장문화가 성평등 조직문화로 변화해가는 계기가 되도록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이날 오전 11시 303호 법정에서 첫 번째 공판을 연다. 앞서 두 차례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하지 않았던 안 전 지사는 정식 공판이 시작됨에 따라 법원에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