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청탁 의혹' 강공법 택한 경찰…판·검사 수사 성과낼 수 있을까?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 남편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기소청탁 의혹을 수사중인 경찰이 나 전 의원을 물론 현직 판·검사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등 강공법을 선택했다.
서울경찰청은 15일 나 전 의원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21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와 김 판사에게도 20일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필요시에는 박 검사와 김 판사의 대질신문도 가능하다고도 했다.
경찰이 현직 판사를 소환해 조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의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까지 기소청탁 의혹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관련자들의 소환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관련자들의 진술이 모두 엇갈려 진술서와 전화조사만으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초 경찰은 소환조사보다는 현직 판·검사의 신분 탓인지 서면진술서와 전화조사에 의존했다. 그러다 보니 관련자들의 진술이 각자 달라 진실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박 검사는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진술서에서 "사건을 배당받은 며칠 후 김 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나경원 의원이 고소한 사건이 있는데 노사모 회원인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로 인터넷에 글을 올려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사건을 빨리 기소해달라'"고 말했다.
박 검사는 "사건이 재배당될 것이기 때문에 재배당을 받은 후임 검사님에게 포스트잇으로 사건기록 앞표지에 김재호 판사님의 부탁내용을 적어놓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 판사에게도 제가 출산휴가를 가게 돼 사건처리를 하지 못하게 됐고 후임검사에게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김 판사는 지난해 말 서울경찰청에 낸 진술서를 통해 박 검사와의 전화통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기소청탁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김 판사는 진술서에서 "박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고발 경위를 설명했지만 기소청탁은 하지 않았다"며 "허위내용의 글을 삭제하면 고발을 취소하겠다는 입장만 전달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 검사는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소청탁 내용을 박 검사로부터 전해 들었는지 여부와 관련, "오래된 일이라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15일 경찰에 보내온 A7장 분량의 진술서에도 여전히 기소청탁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는 것만이 관련 의혹을 명쾌하게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달 말까지 관련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인 경찰은 관련자 소환조사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소환에 경찰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이유다.
또 경찰 간부가 검사를 고소한 밀양사건으로 검찰과 경찰의 대립각이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검찰과 경찰 수장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찰이 현직 판·검사라는 이유로 소환 한번 하지 못한채 관련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경우 쏟아질 비난은 너무나도 커보인다. 경찰 조직의 자존심 또한 구겨질 우려도 크다.
하지만 경찰이 원하는 것처럼 강공법이 통할지는 두고봐야 한다.
경찰이 나 전 의원, 박 검사, 김 판사를 소환하고 대질조사까지 운운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경찰 안팎에서도 이번 사건은 진술서와 전화조사만으로 조사가 마무리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실례로 김 판사는 15일까지 출석해 달라는 경찰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14일까지 김 판사의 출석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변호인측에 수차례 전화 연락을 했지만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15일도 대리인을 통해 정식선임계를 제출했지만 연기요청서는 내지 않았다.
"김 판사가 소환에 응할 것으로 믿는다. 그 때 가서 고민해보겠다"며 강제구인에 대해 즉답을 피했던 경찰의 마음만 답답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이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김 판사와 최 검사를 조사했지만 김 판사는 서면조사 형식을 취했다. 최 검사는 서면조사를 요청했다가 제출하지 않자 한 차례 전화조사를 실시하는 선에 그쳤다.
박 검사도 진술서를 경찰에 직접 제출하지 않고 검찰을 통해서 전달했다. 2차 서면질의서는 경찰에 보내지도 않았다.
이들을 소환한다고 해서 의혹이 모두 풀릴지도 미지수다. 지금까지 박 검사의 1차 서면질의서를 제외하면 기소청탁이 있었다는 정황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의미다.
결국 관련자들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다면 경찰은 혐의 입증은 고사하고 수사만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최 검사의 진술서를 검토해 보겠다"며 "나 전 의원과 박 검사, 김 판사가 출석요구에 불응할 경우 그때가서 앞으로의 수사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