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결과도 표심에 영향

지난 정부 이후 책임감 갖고 투표‚ 절감

2018-06-13     박경순 기자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3일 오전 세종시 도담동의 한 투표소에서 할머니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어린이가 투표함이 궁금한 듯 빼꼼히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사전투표 때처럼 줄이 길까 봐 아침부터 나왔어요. 지난 정부 이후 책임감을 갖고 투표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표로 제 의견을 반영하고 싶어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자치회관(신촌동 3투표소)에서 책임감을 갖고 한 표를 행사한 대학생 유모(25·여)씨처럼 ‘젊음의 거리’로 일컬어지는 신촌의 투표소에서는 대학생과 20, 30대 젊은 직장인이 다수였다. 

대학생 문경원(26)씨는 “현 정부에 힘이 실리는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며 “이와 별개로 비례대표에서 소수정당이 많은 의석을 차지해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대변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공휴일임에도 출근 전 투표소를 찾은 직장인도 있었다. 회사원 이예라(28·여)씨는 “사회적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투표는 본인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특정 정당이 잘하리란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당을 보고 뽑는 게 최악보다는 차악을 택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후보 선택의 기준을 설명했다. 

노원구 상계중학교(상계2동 3·4 투표소)에는 가족 단위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많았다.

육아휴직 중인 이새롬(35·여)씨는 투표를 마친 뒤 손등에 투표 도장을 찍는 ‘인증’을 한 뒤 남편, 아이와 함께 투표소를 나섰다. 

이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서 미세먼지 등 환경 공약을 위주로 봤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공약이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황신희(26·여)씨는 “일단 탈세 등 도덕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후보는 다 걸렀다”며 “홍보 문구에서 다른 후보를 비방하는 후보도 제외하고 남은 후보 중 공약의 방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전날 북미 정상회담 결과도 보수 성향의 유권자를 투표소로 이끌었다. 

공동성명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문구가 결국 담기지 않은 점을 둘러싸고 유권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전직 공무원 김모(75)씨는 “김정은이 요구하던 체제 보장 약속은 다 받아주고, CVID는 나중에 하는 그런 합의문이다. 너무 실망스럽다”며 “평화로 가는 것은 좋지만 보수진영의 목소리도 강해져야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용산구 청화아파트 경로당(이태원1동 1투표소)에서 투표에 참여한 김모(55·여)씨는 “회담은 떠들썩하게 했는데 알맹이가 없었다”고 평가절하했다. 

김씨는 “비핵화의 비용부담은 우리랑 일본이 다 지고 미국은 하나도 안 하겠다고 하지 않나. 서민이 너무 힘든데 경제를 먼저 살려야 한다”라고 우려했다.

반면 양 정상의 만남이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도 쏟아졌다. 

신촌동자치회관(신촌동 3투표소)에서 만난 강기호(75)씨는 “원래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는데 이번 정권 들어 남북 관계가 진전될 것이란 확신이 든다”며 “남북이 서로 대화를 하니 안보불안이 오히려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모(65·여)씨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한 것은 국내정치용이자 북한 달래기용이다. 안보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며 “개성공단 재개 등 남과 북이 서로 윈윈해서 경제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오전 6시부터 전국 1만4134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