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도로 연결…북미회담이 관건

코레일・도로공사도 신중모드…“정부정책 선행돼야”

2018-06-06     박경순 기자
▲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을 마친 뒤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 <뉴시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한국도로공사 등 산하 기관들이 철도·도로 연결 사업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등 ‘신중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됐을 때만해도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남북 고위급회담이 한 차례 취소되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서한이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를 겪은 만큼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듯한 모양새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5일 “남북 철도 및 도로협력 분과회의를 언제할지, 분과회의 대표단을 어떻게 구성할지는 서로 협의해서 하기로 했다”며 “현재는 그게 전부”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분과회의 협의단과 날짜가 정해지면 (남북이) 만나서 논의해야 한다. 현지 조사부터 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이 모든 것들은 6·12 북미 정상회담이 관건이다. 북미 회담이 잘 끝나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앞서 남북은 지난 1일 무산됐던 고위급 회담을 재개하고 공동보도문을 통해 “10·4선언에서 합의된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의 연결과 현대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철도 및 도로협력 분과회의를 하기로 하고, 회의 개최 날짜와 장소는 추후 문서교환을 통해 확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레일·도로공사도 신중모드… “정부정책 선행돼야” 

정부는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동해선과 경의선 등 철도와 도로 연결,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관련해 남북 간 공동 연구와 조사를 하자고 제의했다. 이와 관련, 코레일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회담이 진행된 다음에 (사업 추진을) 하는게 좋다. 방향이 결정되면 설명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도로공사 관계자도 “문의 창구를 국토부로 일원화 했다”며 향후 일정을 묻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피했다. 이는 그동안 코레일과 도로공사가 보여왔던 행보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코레일은 지난 2월 오영식 사장 취임 때부터 남북철도 복원 구상을 밝히고 ‘해외남북철도사업단’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도로공사는 지난해말 이강래 사장이 취임한 이후 개성~문산 고속도로 등 남북 접경지역에 도로를 놓는 전담조직(TF)도 꾸렸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뒤 코레일은 “양측간 합의문만 작성하면 경의선은 보수를 통해 바로 운행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선로가 연결되면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며 “동해선 연결을 통해서 대륙으로 가기 위한 전진 루트로 삼게 될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 태도가 변화한 배경에는 정부 및 산하기관들이 남북 경협 이전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언급을 자제시킨 청와대 판단이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산하기관들이 국토부보다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아직 풀리지 않은데다 북미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철도 및 도로 연결 등 남북 경제협력이 진척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미 정상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 양측이 합의를 이루는 등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면,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 논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달 말 분과회의서 실사단 구성 논의할 듯 

분과회의는 이달 말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철도·도로 협력 분과회의는 대략 이달 말께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철도의 경우, 경의선(서울~신의주)부터 작업할 것으로 보이나 이를 위해 현지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경의선은 2004년에 연결공사를 완료했지만 남북 관계 경색으로 오랫동안 방치돼 현대화 등 시설 개량이 필요하다. 동해선은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을 관통해 러시아와 유럽까지 달리는 노선이다. 남측에서는 강릉∼제진(104㎞) 구간이 단절돼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철도는 경의선을 먼저 할 것 같다”라며 “신의주까지 400㎞가 넘기 때문에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 북한과 협의해서 철도시설공단, 코레일 등이 조사팀을 꾸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도로의 경우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다 실패한 문산~개성 고속도로 건설이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문산~개성 고속도로는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내포 나들목(IC)에서 판문점 인근을 지나 개성으로 이어진다. 2020년 완공 예정인 수원~문산 고속도로와 개성~평양 간 놓여있는 고속도로와 연결된다.

이에 대해 교통연구원 관계자는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까지는 차량이 왔다갔다 했다”며 “개성공단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실질적으로 평양과 연결시키려면 개성~평양 고속도로까지 연결시키는 부분이 차근차근 조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