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집단 따돌림 4년여 방치…이래도 되나

간부 공무원까지 줄줄이 묵인․방치․외면 논란
市 “개인끼리의 다툼, 집단따돌림 아냐” 해명

2018-05-14     최형규 기자
▲ 최근 성남시청 아동보육과 소속 직원 A 모씨가 무려 4년에 걸쳐 부서 집단따돌림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A씨가 그동안 주무 과장, 국장 등 시 간부공무원들에게 제출한 호소문 등 사본이다. <사진=최형규 기자>

최근 성남시청 아동보육과 소속 직원 A 모(여, 공무직)씨가 무려 4년여에 걸쳐 부서 집단따돌림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지휘선상에 있는 간부 공무원들까지 줄줄이 이를 알면서 묵인․방치․외면해 왔다는 의혹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성남시와 관계인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4년 1월 성남시에 신규 채용돼 현재 아동보육과 아동지도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초‧중등학교 방과 후 국어강사, 수학 및 국어 인턴교사, 전문상담교사, 학부모 강사 등 다양한 곳에서 20여년을 꾸준히 활동해온 베테랑이라고 했다.

하지만 A씨의 소박한 기대는 지난 2014년 함께 임용된 동료 직원 B 모(여, 공무직)씨와 합류하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A씨와 달리 공무(분당구청) 경력이 있는 B씨가 시청에 아는 공무원이 많다는 점을 과시하며 동료들과 다수의 공무원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 들여 이유 없이 사사건건 참견하며 A씨를 괴롭히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A씨는 “시간이 갈수록 이들이 괴롭힘의 수위를 높여 갔다”고 했다. 특히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주무관 및 팀장들까지 B씨의 행태를 방관하거나 동조하면서 A씨에 대한 음해와 이간질, 상시 감시(모니터링), 공지사항 미고지, 교사들 단톡 초대거부, 난코스센터 배정 등 비열하고 치졸한 집단 왕따 및 갑질 행위가 더욱 은밀하고 집요하게 펼쳐졌다고 했다.

A씨는 “입사 전 중학교 학생부 ‘집단따돌림 상담 교사’에서 제가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이 참으로 비통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지난 4년여의 시간은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할 공직사회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참사”라고 규정했다.

⃟ “제발 더 이상 내게서 관심 좀 꺼주세요”

지난 2014년 12월 26일 성남시 아동보육과 사무실에서 전치 2주의 치료를 요하는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B씨의 과도한 간섭에 “제발 더 이상 내게서 관심 좀 꺼주세요”란 A씨의 항변이 원인이였다고 한다. A씨는 결국 이일로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문제는 이처럼 공공청사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공직기강해이 사태가 눈앞에서 펼쳐졌지만 주변 공직자들은 하나같이 이를 저지할 생각도 않고 멀건이 바라만보고 있었다고 한다. 더구나 이를 쉬쉬하며 덮기에만 급급했던 나머지 누구하나 사과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사건은 조용히 묻혔다.

이에 A씨는 당시 최 모 과장에게 ‘공직사회 기강을 위한 제안서’ 제하의 글을 통해 “부디 넓은 아량으로 평정심을 잃지 마시고 다시는 저 같은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처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A씨에게 돌아온 반응은 “이 종이(글)를 찢어버릴 테니 당사자 간에 잘 해결해 보라”는 답변과 함께 A씨와 B씨의 부서 내 팀 이동조치가 전부였다.

실제로 최 과장은 “당시 A씨와의 상담 및 건의문을 보고 상황을 알았다. 같은 팀에서의 근무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돼 팀을 분리해서 근무하게 조치했다”며 “단순히 여자 분들의 다툼이라 생각해 깊이 개입을 안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다”고 해명했다.

⃟ 간부 공무원들 알면서 줄줄이 묵인․방치․외면

이후에도 A씨는 이 같은 상황을 주무 과장, 국장 등이 바뀔 때 마다 자신의 절박함을 알리며 도움을 청했지만 번번이 묵살 당하거나 외면하기 일쑤였다고 했다.

이유 없는 조롱과 멸시, 이간질과 모략, 음해를 4년여 간 망연자실 당하면서 A씨가 봐온 공직사회는 극히 폐쇄적이고 자기편 감싸기에만 급급한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최근 들어서는 이들이 은밀하게 사퇴를 종용하기에까지 이르렀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리․감독선상에 있는 간부 공무원들은 천하태평이다.

지난해 7월 아동보육과에 부임했다는 류 모 과장은 대뜸 “그 직원(A씨)에 대한 외부(다른 직원들) 평가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집단따돌림을 알고 있음은 물론 자신도 편견에 빠져 A씨를 ‘조직 내 부적응자’로 단정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성남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집단따돌림 사례는 민간 기업에 비해 흔치 않은 경우”라면서 “집단따돌림으로 확인될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의한 조치가 최우선이다. 피해자 요청 시 분리조치나 휴가 등으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