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오너家 갑질에 청원 잇따라

2대 주주 국민연금 행동 촉구 목소리↑

2018-04-22     전성희 기자
▲ 관세청이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의 자택과 대한항공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뉴시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갑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에는 대한항공의 2대 주주 국민연금이 경영진 해임, 사명 교체 등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단순히 오너가의 비도덕적 행동에 분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 전무는 지난달 하순께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회의실에서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사인 A업체와 회의를 하던 중 광고팀장인 직원에게 음료를 뿌린 혐의로 경찰에 피의자로 입건됐다.

앞서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은 대한항공 부사장 시절인 2014년 12월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린 데 이어 비행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을 내리게 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대한항공 자매의 갑질 논란에 더해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의 노인 폭언 증언까지 최근 나오면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19일에는 경찰이 조현민 전무의 폭행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 한 데 이어 이틀 후인 21일에는 관세청이 총수 일가의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단행해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조현민 물벼락 사태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2.68%를 보유,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지주사 한진칼(29.62%)에 이어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또 한진칼의 지분도 11.58% 가지고 있어 조양호 회장(17.70%)에 이어 2대 주주다. 

청원은 대한항공 경영진 교체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목소리는 문재인정부가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맥이 닿아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고객과 수탁자의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관리 운영해야 한다는 규범이다. 

아직 문재인 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 모델이 구체적으로 제시 및 정립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취지임에 따라 국민연금이 어떻게 대한항공 사태 여론을 반영해 주주권을 행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상당수 기업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 오너리스크에 취약,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경영권 교체 문제는 지분에 달려 있는데 오너 일가가 50% 이상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면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영권 교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