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도로 늘어…주택·신용대출 ‘껑충’

은행 가계대출, 4조3천억 늘어 4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

2018-04-11     전성희 기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넉달 만에 최대 폭으로 늘어났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대출규제 강화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은행의 ‘3월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76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3000억원 늘어났다. 지난달 증가액(2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1조8000억원(72%) 확대됐다. 

지난해 11월(6조7000억원) 이후 4개월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가계대출 급증기였던 2015~16년 3월 평균치(4조8000억원)와도 맞먹는 수준이다.

이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모두 늘어난 영향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 2조8000억원 늘어 전월(1조8000억원)보다 증가액이 1조원 더 뛰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정부의 본격적인 부동산 대책 시행을 앞두고 주택 거래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만4000호로 전월(1만1000호)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달(7000호)에 비해서는 두배에 달할 만큼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대출 규제 강화 전에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도 몰린 영향도 있다. 지난달 말에는 차주의 상환능력을 더 꼼꼼히 살피는 신(新) DTI가 도입됐고, 올 하반기에는 가계대출을 전방위로 죄는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도입이 예정돼있다. 

한은 관계자는 “통상 3월은 주택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계절적 영향도 있고, 정부의 본격적인 규제를 앞두고 주택거래량이 크게 늘었다”며 “가계대출 증가세의 방향이 급증하는 쪽으로 추세적으로 바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일시적인 요인이 컸다”고 해석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1조5000억원 늘어난 199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에는 설 상여금 등으로 가계의 자금 사정이 나아지며 기타대출 증가액이 7000억원에 그쳤으나 지난달 다시 확대된 것이다. 

기타대출 증가세는 인터넷전문은행 영업이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체로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5~16년 1분기중 기타대출 증가액은 각각 -1조8000억원, 1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 1분기 증가액은 3조6000억원에 달했다. 

주택대출 규제 강화에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가는 일종의 ‘풍선효과’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도 4조1000억원 늘어난 796조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대출이 전월 1조5000억원 감소에서 지난달 1000억원 늘어 증가세로 전환됐고, 중소기업 대출이 4조원 증가한 영향이다. 

중소기업에서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대출은 2조9000억원 증가해 전월 증가액(2조4000억원)보다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