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조정협의 보복시 ‘아웃’

보복행위 하는 대기업에 제재 강해져

2018-04-05     전성희 기자
▲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저임금 납품단가 반영 당정협의에서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등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납품단가 조정을 위해 협의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에 보복행위를 하는 대기업에 대해 제재가 강화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5일 정부와 여당이 민간 하도급시장과 공공조달시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 같은 대책을 내놨다고 밝혔다. 

먼저 민간하도급 시장 부문의 대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위탁기업이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을 이유로 보복행위를 할 경우에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추가해 상생협력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보복행위에 대해 1회 시정조치만 받아도 벌점을 5.1점 부과해 공공부문에서 입찰자격을 제한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법위반 사실을 관계기관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보복행위를 했을 때만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적용돼 왔다.

중기부 측은 보복 행위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관계기관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위탁기업이 ‘경영상 매출이 줄어 물량을 줄인 것일 뿐’이라고 답변하는 등 보복 여부를 판단하기 애매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또 정부는 납품단가 조정협의 제도에 대한 자발적 협력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경련 등 주요 경제단체 및 수탁기업협의회의 협조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납품단가 조정 필요성과 내용을 회원사에 홍보할 계획이다. 

수탁기업협의회는 대·중견기업-1차 협력사간 수탁기업협의회 160개, 1차 협력사와 2·3차 협력사간 수탁기업협의회 300개 등 약 1만개의 소속사가 포함돼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대기업 구매담당 부서 책임자가 높은 평가를 받는 기준이 얼마나 원가를 떨어뜨리느냐다”라면서 “여기에 따라서 인사고과가 책정이 되는 관행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제도적 개선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정부는 표준 하도급계약서에 ‘최저임금 인상 등 공급원가 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 내용을 반영하고 보급 및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기존에 하도급 관계에만 적용되던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를 수·위탁 기업 간 공급원가 변동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상생협력법도 개정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민간시장과 관련한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현 정부 들어서는 과거에 있었던 납품단가 문제 등에 대해 최근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상생 활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여건이 좋다고 판단한다”면서 “민간시장에 강제적 조치를 하는 것보다는 대기업과 큰 기업들이 동참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로 끌어가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공공조달 시장에서는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임금 인상 금액이 공공조달 시장의 납품단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기부에 따르면 앞으로 공공조달 시장에서 중소기업의 임금상승분 조정치는 계약금액에 사전 반영된다. 

특히 단순 노무 용역과 같은 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분이 즉시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이 같은 방안은 12월 말 임금 조사 발표시 단순노무 직종에 대한 다음해 임금 조정치를 발표하고 공공기관이 이를 근거로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아울러 공공조달시장에서의 인건비 산정 방식도 개선한다. 구체적으로 공공조달 인건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 조사’를 앞으로 매년 5월 말과 12월 말에 연 2회 발표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현재는 매년 10월 1회만 발표하고 있다.  

임금실태조사 결과가 공공조달 인건비에 반영되는 시기도 즉시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5월 말 및 12월 말 조사가 진행된 후 즉시 적용되는 것이다. 현재는 8월에 임금 조사를 진행한 후 약 4개월 후인 다음해 1월에 반영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공공조달시장에서 다수공급계약(MAS)의 납품단가 조정 근거도 마련한다. 급격한 인건비 변동 등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다수공급자계약에서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명시할 계획이다.

올해 6월 기획재정부의 계약예규 개정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다수공급계약은 품질, 성능, 효율 등에서 동등하거나 유사한 종류의 물품을 수요기관이 선택할 수 있도록 2인 이상을 계약상대자로 하는 계약제도를 말한다.

그 외에 정부는 노무단가 인상 및 최저임금 조정치 반영 등 임금 인상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실적을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지표에 추가하는 방안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