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158조…사상 최대

삼성전자 제외 영업이익 104조…전년比 11% 증가
반도체 호황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껑충'

2018-04-03     전성희 기자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이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등 반도체 부문의 장기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 상장사 전체 이익을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불황형 흑자'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나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증가하는 경기 회복이 본격화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역시 글로벌 경기 회복과 수출 증가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원·달러 환율 하락과 무역전쟁 우려, 금리 정상화 등은 부담요인으로 지난해 실적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스피, 삼성전자 제외 영업이익 104조원…전년比 11% ↑

3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법인 533개사의 연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코스피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8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 2016년 124조원보다 28.3%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 역시 115조원으로 전년(82조원) 대비 40.1%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 기록을 다시 썼다. 매출액도 1823조원으로 전년(1658조원)보다 10% 증가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조윤호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팀장은 "지난해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며 "분할·합병기업이 48개로 많아 분석에서 제외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과거에는 매출 성장이 없는 가운데 비용이 줄면서 이익이 많이 났지만 2016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출이 늘기 시작했고, 매출액도 많이 늘었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4차 산업혁명이 IT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IT 매출도 늘었다.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부문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스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해 전세계적인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 

실제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3.5% 증가한 53조6450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318.8% 증가한 13조7213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합하면 코스피 전체 누적 영업이익(157조7421억원)의 42.7%에 해당한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가 일등공신"이라며 "지난해 선진국이나 이머징 마켓 양쪽에서 경기 호전이 있었다. 세계 경기 호전은 우리나라 수출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며 "매출이 늘어난 것은 반도체와 화학, 철강 제품의 단가 상승 요인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단가가 좋아지다보니 기업 이익이 양호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1584조원으로 전년(1456조원)보다 8.8%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4조원, 72조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 22.6% 급증했다. 

업종별로는 의료정밀(25.4%), 전기전자(21.6%), 철강금속(16.6%), 서비스(12.2%), 유통(11.5%), 화학(11.3%), 의약품(8.9%) 등 15개 업종에서 매출이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중국 사드 보복 여파로 자동차 판매가 감소하면서 운수장비는 매출이 4.6% 감소했고, 비금속광물(-3.1%)도 감소세를 기록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의 경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뜨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다.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실적도 좋았다"며 "유가가 올라가면서 정유도 좋았고, 관련 수요가 살아나니 화학도 좋았다. 건설은 부실을 털어놓은 상태에서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도 사상 최대 실적…"반도체株 등 IT업종 실적 주도"

코스닥 상장사의 지난해 실적 3인방이 모두 사상 최대를 찍었다. 

반도체를 위시로 한 IT업종이 주도했다. 특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10% 안팎으로 뛰며 증가율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순이익도 3% 넘게 늘었으나 원화 강세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 수준에는 못 미쳤다.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가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861곳의 매출은 170조144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9.74%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조7727억원으로 11.86% 증가했다. 순이익은 4조8992억원으로 3.44% 확대됐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재무제표가 의무화된 2011년 이후와 비교하면 작년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최대치다. 특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조, 5조원에 육박해 눈에 띄며, 이들의 증가율은 사상 최대 수준이다. 순이익 증가율은 2016년의 8.37%이 사상 최대로 2017년에는 순이익 증가율 기록 경신에는 실패했다. 

조병환 한국거래소 공시팀장은 "상장법인 수가 늘면서 실적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우수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코스닥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을 뒷받침하는 전후방 IT 업체들이 포진해 있는데 이들이 코스닥 상장사의 실적을 견인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순이익 증가율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뒤진 것은 4분기에 원화가 강세를 띠면서 환차손에 따른 것이 주된 원인이다"라고 분석했다.

업종별로 보면  IT쪽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IT 상장사(423곳)의 매출은 9.81%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1.44%, 42.33% 뛰었다. 비(非) IT 상장사(682곳)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8.47%, 5.81% 늘었으나,  순이익은 13.16% 감소했다. 

◇올해도 이익 증가세 계속.."작년보다는 줄어들 듯" 

전문가들은 올해 역시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원·달러 환율 하락과 무역전쟁 우려, 금리 정상화 등에 따른 변수로 인해 지난 해에는 못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이창목 센터장은 "통상 마찰 이슈가 있지만 올해도 글로벌 경기 회복이 유지되고 있고, 수출을 보면 3월까지만 해도 호조세다"며 "순이익이 10%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준호 센터장은 "지난해 증시에서도 역사적 신고가가 나오는 등 좋았기 때문에 올해는 기업의 이익 성장폭이 지난해보다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며 "미국에서 무역분쟁 이슈가 계속 거론되고, 원달러 환율도  하락도 문제다. 또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금리 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펀더멘털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밝혔다.

조익재 센터장은 "수출 호조가 핵심인데 최근에는 약간씩 둔화되고 있다"며 "연초까지만 해도 지난해보다 9% 정도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과연 지난해 기업 실적을 뛰어넘을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원화가 빠르게 강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기업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무역전쟁 등도 부담요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