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좌파’ 단어 뺐다고…직원 좌천
용어에 강경…‘좌파’ 뺀 4급 직원 지방行
직원들이 이의 달면 정체성 문제 제기
원세훈(67·구속기소) 전 국가정보원장이 댓글공작 등의 진행 과정에서 단어 하나를 트집 잡아 직원을 지방으로 보냈다는 전 심리전단장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그만큼 원 전 원장이 정치공작에 있어 비이성적이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 등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합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등 혐의 8차 공판에서는 유성옥(61·불구속기소) 전 심리전단장이 증인석에 앉았다.
유 전 단장은 검찰이 2009년 2월 16일자 심리전단 주요 업무보고에 ‘친북좌파 무력화’, ‘좌파 척결 국론통합 원년화 추진’ 등의 표현이 있는 것을 제시하자 “심리지원은 기본적으로 용어가 중요하다”며 “당시 원 전 원장 취임사 등에서 강조한 내용을 위주로 보고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좌파라는 개념이 정치인을 포함한 게 아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들 통칭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원장님 말씀이나 다른 관련자 진술을 보면 원 전 원장이 민주당 의원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을 특정해 비판하면서 종북좌파 대응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게 있지 않느냐”고 되묻자 “그런 말씀을 많이 하셔서 직원들로서도 상당히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희는 국정원에 오래 근무해서 휘말려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유 전 단장은 “오해를 살만한 발언을 많이 하셔서 직원들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그런 말을 많이 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당시 야당, 정치권에 관여해선 안되겠다는 확고한 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따라 지시도 한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오해를 했다고 했는데 단어 선택들이 셌다는 건가”라고 묻자 “용어 자체에 강경했다. 4급 직원이 (보고서 등에) ‘지난 좌파 10년 정부’에서 ‘좌파’라는 말을 뺐다고 지방으로 좌천됐다”고 밝혔다.
유 전 단장은 “그런 업무에 대해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이의를 달면 정체성 문제를 제기했다”며 “그리고 많은 직원들이 그에 따라 처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77·구속) 전 대통령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어 민병주(60·불구속기소) 전 심리전단장 등과 공모해 2010년 1월~2012년 12월에 국정원 예산 65억원을 ‘외곽팀’ 온·오프라인 불법 정치활동 대가로 지급한 혐의로 같은 해 12월 추가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