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실체 반드시 가려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친구 아들을 하나은행에 채용 청탁했다는 의혹 제기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채용비리 척결을 내세워 금융권을 압박해온 금감원장이 하루아침에 사실상 채용비리 의혹의 당사자가 된 것이다.
본인은 물론 금감원까지 나서 여러 해명에 나서고 있으나 석연찮은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오히려 파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조직과 금융권 전체를 위해서라도 금감원장의 이번 채용비리 의혹은 감사원 감사든 검찰 수사든 방법을 통해 반드시 실체를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원장은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대학 동기 L씨의 부탁을 받고 하나은행 채용에 응시한 L씨 아들을 내부 추천했다. L씨는 최 원장과 같은 연세대 경영학과 71학번으로 건설 관련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원장의 채용청탁 의혹은 하나은행이 과거 채용 관련 의심사례를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최 원장의 추천 건을 발견하면서 외부로 드러났다. L씨 아들은 당시 평가점수가 합격선에 미치지 못했으나 채용됐고 현재 하나은행 영업점에서 근무 중이다.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10일 각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자 최 원장과 금감원은 번갈가며 해명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최 원장은 친구 아들을 추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채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원장은 “나는 (부탁을) 받아서 (담당자에게) 던져준 것일 뿐 (채용)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결과만 알려달라고 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원장의 사례는 금감원이 검찰에 넘긴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설령 직접적인 채용비리에 연관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금융감독 기구 수장으로서의 자격 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 원장이 친구 아들의 이름을 하나은행 인사 담당자에게 전달한 것 자체가 ‘청탁’으로 비치기에 충분하다는 점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노조는 올초 “먼지보다 가벼운 그 입 다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낸 적이 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를 겨냥한 것이었다.
김 회장은 2016년도 금감원 신입직원 채용과정에서 당시 금감원 이모 총무국장에게 모 은행 부행장의 아들 A씨가 필기시험에 합격하도록 청탁한 의혹을 받았다.
김 회장에게서 A씨의 합격 여부를 문의받은 이 국장은 A씨가 필기전형 합격 대상안에 들지 못했는데도 A씨를 합격시킨 혐의로 구속됐다.
최 원장의 해명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김 회장 사례와 다르지않다. 지인의 부탁을 받고 채용 담당자에게 응시자 이름을 단순 전달한 것, 자격 미달에도 합격된 점 등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농협금융 본사 김 회장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강도높은 수사를 벌였다. 직접적 채용비리 혐의가 드러나지않아 김 회장은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 하지만 ‘단순 전달’이 불러온 파장으로 부원장이 구속되는 등 금감원은 쑥대밭이 됐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의 직위에 있으면서 친구 아들을 추천했다는 자체가 채용과정에서 유무형의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며 “채용청탁 소지가 큰 만큼 이번 의혹의 실체는 반드시 가려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